핵심 요약
1. 미국 상원이 자국 기업에 AI 반도체 우선 공급을 의무화하는 ‘GAIN AI 법안’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으로 통과시켰다.
2. 이 법안은 첨단 프로세서의 수출을 통제하여, 해외에 공급망을 둔 암호화폐 채굴 기업들의 하드웨어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3. 미국의 채굴 경쟁력을 약화시켜 글로벌 해시레이트 점유율을 하락시키고, ‘암호화폐 수도’를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인공지능(AI) 반도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 불똥이 글로벌 암호화폐 채굴 산업으로 튀고 있다. 첨단 반도체의 수출을 통제하는 이번 법안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채굴 기업들의 하드웨어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 수출 통제하는 GAIN 법안
미국 상원은 최근 ‘국가 인공지능을 위한 접근 및 혁신 보장법(GAIN AI Act of 2026)’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의 일부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핵심은 AI 및 고성능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기 전에 미국 내 주문을 먼저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수출 허가를 받으려는 기업은 모든 미국 내 주문이 처리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의회는 최고 사양의 AI 프로세서에 대한 수출 허가를 거부할 권리를 가지며, ‘첨단 집적 회로’가 포함된 모든 제품에 대해 수출 허가를 의무화했다. 정책 옹호 단체 ‘책임있는 혁신을 위한 미국인들’에 따르면, 2024년 말 엔비디아의 블랙웰 라인 칩은 이미 약 12개월 치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로, 미국 내 수요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
이러한 반도체 수출 제한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암호화폐 채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채굴 하드웨어 제조는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공급망을 필요로 하는데, 핵심 부품인 첨단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 채굴기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이는 채굴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이미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문제로 미국 내 채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채굴 회사 클린스파크(CleanSpark)는 수입한 채굴 장비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로 1억 8500만 달러의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아이렌(IREN) 역시 1억 달러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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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탬프의 시각
미국의 GAIN AI 법안은 ‘AI 패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암호화폐 리더십’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첨단 반도체를 자국 기술 생태계에 묶어두려는 시도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글로벌하게 분산된 암호화폐 채굴 네트워크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미국 외 지역에서는 오히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여 미국 채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는 미국의 글로벌 해시레이트 점유율을 잠식하고,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와 모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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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암호화폐 수도’ 목표와 충돌
문제는 이 법안이 트럼프 행정부의 거시적인 정책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채굴 인프라와 높은 해시레이트 점유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GAIN AI 법안은 오히려 미국 기반 채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밖에서는 채굴 하드웨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반면, 미국 내 기업들은 비싼 값에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미국의 글로벌 해시레이트(암호화폐 네트워크에 투입되는 연산 능력 총합)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안이 하원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 최종 확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