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 금지 추진-써클·팍소스 정조준

유럽연합 깃발이 그려진 거대한 돋보기가 유럽과 미국을 잇는 스테이블코인 체인을 조사하자 체인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담은 레트로 스타일 삽화. EU의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상징한다.

핵심 요약

1. 유럽연합(EU)의 금융위기 대응 감시 기구인 유럽 시스템 리스크 위원회(ESRB)가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 금지를 권고했다.
2. 이는 EU와 다른 관할권에서 공동으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을 겨냥한 조치로, 써클(USDC)과 팍소스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3. 이번 조치는 MiCA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역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EU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EU의 새로운 칼날,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이란?

유럽연합(EU)이 역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의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설립된 유럽 시스템 리스크 위원회(ESRB)는 최근 EU와 다른 관할권에서 공동으로 발행되는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Multi-issuance Stablecoins)’의 금지를 권고했다. 이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 내 규제 당국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이란,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각기 다른 법인을 통해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써클(Circle)의 USDC나 팍소스(Paxos)의 USDP를 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과 유럽에 각각 법인을 두고 현지 규제에 맞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고 있다.

금융 안정성 우려, 왜 문제인가?

EU 규제 당국이 다중발행 모델을 문제 삼는 이유는 관할권마다 다른 준비금 기준과 규제 수준이 금융 시스템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법인이 발행한 USDC와 유럽 법인이 발행한 USDC가 시장에서 동일한 가치로 통용되지만, 두 법인이 준수하는 준비금 요건이나 감독 기준이 다를 경우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중앙은행 관계자는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법적, 운영적, 유동성 측면에서 EU 금융 안정성에 명백한 위험을 제기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비 EU 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규제 공백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ESRB의 권고는 이러한 우려가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이어진 첫 번째 신호탄이다.

타임스탬프의 시각

EU의 다중발행 스테이블코인 금지 권고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암호화폐 규제인 MiCA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MiCA가 역내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제공했지만, 글로벌하게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계 없는 속성’이 새로운 규제 차익거래와 시스템 리스크를 낳을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는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자산을 단일 관할권의 법으로 통제하려는 시도의 본질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개별 국가의 법을 넘어, 국제 공조를 통한 표준화된 감독 체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MiCA 시대의 역설, 써클의 엇갈린 행보

흥미로운 점은 이번 규제 움직임이 써클이 독일의 증권거래소인 도이체 뵈르제(Deutsche Börse)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 내 스테이블코인 채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써클은 MiCA 규정을 준수하는 최초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되었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작 EU 규제 당국은 이들의 사업 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는 MiCA라는 큰 틀의 규제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운영 방식과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규제 당국의 현미경 검증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의미한다. 반면,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유럽의 준비금 요건이 과도하다며 MiCA 준수를 일찌감치 거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EU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유럽 시장에서의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압박하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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