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스트라이프, 자체 블록체인 구축 선언…핀테크의 월스트리트화

핵심 요약

1. 미국의 대형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와 스트라이프가 각각 자체 블록체인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기관 채택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2. 이는 단순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넘어, 토큰화 증권 등 핵심 금융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려는 핀테크 업계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3.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마이크로초 단위 거래 속도와 블록체인의 초 단위 처리 속도 간의 ‘실행 병목 현상’이 상용화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미국 대형 핀테크 기업인 로빈후드(Robinhood)와 스트라이프(Stripe)가 자체 블록체인 구축을 공식화하며 암호화폐 기관 채택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를 거래 목록에 추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산을 핵심 인프라에 통합하려는 업계의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핀테크, 거래 지원에서 인프라 구축으로

최근 금융 서비스 앱 로빈후드는 토큰화된 주식과 실물연계자산(RWA)을 지원하기 위한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뒤이어 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 역시 패러다임(Paradigm)과 협력하여 결제에 초점을 맞춘 체인 ‘템포(Tempo)’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핀테크 기업들이 더 이상 암호화폐를 단순한 투자 상품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을 창출하는 ‘인프라 제공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알티우스 랩스(Altius Labs)의 공동 창업자 아나벨 황(Annabelle Huang)은 한 인터뷰에서 “이는 앞으로 다가올 많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며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 시장의 핀테크 기업들도 수년간의 검토 끝에 더 많은 움직임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와 블록체인의 속도 전쟁: 실행 병목 현상

핀테크 주도의 블록체인 혁신이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성능’이다. 월스트리트 금융 기관들이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단위로 거래를 처리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여전히 초 단위, 빨라야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로 트랜잭션을 처리한다. 아나벨 황은 이 성능 격차를 업계의 ‘실행 병목 현상(execution bottleneck)’이라 지칭하며, 기관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7일, 나스닥은 연례 러셀 지수 리밸런싱 마감 경매에서 단 0.871초 만에 25억 주를 체결시키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나스닥의 INET 시스템은 40마이크로초 미만의 지연 시간으로 초당 100만 건 이상의 주문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약 12초의 블록 타임으로 초당 15개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며, 가장 빠른 주요 네트워크 중 하나인 솔라나조차 블록 타임이 약 400밀리초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거래 활동을 온체인으로 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타임스탬프의 시각

로빈후드와 스트라이프의 자체 블록체인 개발은 ‘플랫폼’이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시대의 서막을 알린다. 지금까지 핀테크는 기존 금융과 블록체인 사이의 ‘중개자’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직접 규칙을 만드는 ‘설계자’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금융의 미래는 특정 국가나 중앙은행이 아닌, 가장 효율적이고 확장성 있는 기술 프로토콜을 소유한 기업에 의해 주도될 수 있다. ‘실행 병목 현상’은 기술적 과제인 동시에, 탈중앙화 가치와 자본주의적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듈러 방식으로 병목 현상 해결 시도

아나벨 황이 이끄는 알티우스 랩스는 이러한 실행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들은 기존 블록체인에 직접 연결하여 처리량을 높이는 ‘모듈러 실행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전체 스택을 재구성할 필요 없이 블록 실행 시간과 처리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황은 “우리의 목표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모든 블록체인에 고성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체인은 전체 아키텍처를 재설계하지 않고도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이드체인이나 새로운 레이어2를 만드는 일반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실행 엔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웹3가 웹2 수준의 성능에 근접하도록 돕는 전략이다.

핀테크 기업들의 자체 블록체인 구축은 기관 채택의 다음 단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더 이상 외부의 불완전한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설계하려 한다. 비록 기술적 난관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성공할 경우 금융 산업의 지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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