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1. 독일 최대 증권거래소 그룹 도이치 뵈르제의 자회사 ‘크립토 파이낸스’가 기관 투자자를 위한 ‘앵커노트’를 출시했다.
2. 이 솔루션은 자산을 커스터디에서 이동하지 않고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오프체인 결제 시스템이다.
3. 전통 금융의 핵심 인프라 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하며 기관 투자자의 자본 효율성과 보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 그룹인 도이치 뵈르제의 자회사 ‘크립토 파이낸스(Crypto Finance)’가 기관 투자자를 위한 혁신적인 오프체인(off-exchange) 결제 솔루션 ‘앵커노트(AnchorNote)’를 출시하며 기관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솔루션은 기관들이 자산을 안전한 커스터디(수탁) 계좌에서 인출하지 않고도 여러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하고 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앵커노트 출시는 전통 금융(TradFi)의 핵심 플레이어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자본 효율성’과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스위스 시장에서 우선 출시된 이 서비스는 가까운 시일 내에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커스터디와 자본 효율성의 간극을 메우다
기존 기관 암호화폐 거래 방식은 유동성이 있는 여러 거래소에 자산을 각각 예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이 커스터디 외부로 노출되어 해킹 등의 보안 위협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에 자본이 묶여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앵커노트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한다. 기관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을 안전한 수탁 기관에 보관한 상태에서, 해당 자산을 담보로 약정(pledge)하고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거래가 체결되면 실제 자산 이동은 거래소 외부에서 오프체인으로 정산된다.
필립 데트와일러 크립토 파이낸스 커스터디 및 결제 총괄은 “앵커노트를 통해 커스터디와 자본 효율성 사이의 중대한 간극을 메우고 있다”며, “기관 고객들이 안전하고 유연하게 실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들웨어 ‘브릿지포트’ 통합으로 상호운용성 확보
앵커노트 시스템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브릿지포트(BridgePort)’라는 미들웨어 계층의 통합이다. 브릿지포트는 서로 다른 거래소와 커스터디 업체 간의 메시징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기술 덕분에 기관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UI)나 직접적인 API 연결을 통해 여러 플랫폼의 담보를 신속하게 이동시키고 관리할 수 있다. 이는 파편화된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오프체인 결제 네트워크는 이미 다른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 7월 코인베이스 국제 거래소는 코퍼(Copper)의 ‘클리어루프(ClearLoop)’ 네트워크에 합류했으며, 시그넘(Sygnum) 은행 역시 데리빗(Deribit)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이치 뵈르제와 같은 거대 금융 인프라 기업의 참전은 이 시장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기술 표준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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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탬프의 시각
도이치 뵈르제의 앵커노트 출시는 암호화폐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적 단계를 지나, 제도권 금융의 문법과 인프라를 수용하는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오프체인 결제’는 단순히 기술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통 금융 기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와 ‘자산의 물리적 이동에 따른 보안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핵심 열쇠다. 이는 마치 주식 시장에서 예탁결제원이 모든 증권사의 거래를 중앙에서 정산하며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과 유사한 역할을 암호화폐 시장에 도입하려는 시도다. 결국, 이러한 인프라의 등장은 향후 더 많은 보수적인 연기금, 자산운용사들이 안심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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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도이치 뵈르제의 앵커노트 출시는 기관 암호화폐 시장의 인프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자본 효율성, 보안, 규제 준수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이 같은 시도는 더 많은 기관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