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로, 18블록 역대급 체인 재구성 공격 발생…큐빅의 해시레이트 장악 논란 재점화

핵심 요약

1.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 모네로(XMR)가 18개 블록이 한 번에 교체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체인 재구성(reorg) 공격을 받았다.
2. 이번 공격은 약 36분간의 거래 기록을 무효화했으며, 배후로 AI 프로젝트 ‘큐빅(Qubic)’이 다시 한번 지목되고 있다.
3. 작업증명(PoW) 방식 블록체인의 51% 공격 취약성이 재부각되며 모네로 커뮤니티 내 방어책 논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 모네로(XMR) 네트워크가 최근 24시간 동안 18개 블록이 연속으로 교체되는 사상 최대 깊이의 체인 재구성(reorganization) 공격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약 36분간의 원장 기록이 일시적으로 재작성되고, 이미 확정된 것으로 간주되던 118개의 거래가 무효화되는 등 네트워크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체인 재구성은 두 개 이상의 유효한 블록체인 기록이 경쟁하다가, 가장 많은 작업증명(Proof-of-Work)을 축적한 하나의 체인이 최종적으로 선택되면서 나머지 체인이 폐기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블록(1~2개)이 재구성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18개에 달하는 블록이 한꺼번에 뒤바뀐 것은 성숙한 작업증명 네트워크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큐빅의 그림자, 해시레이트 전쟁의 서막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지난 8월 모네로 해시레이트의 과반을 장악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AI 관련 프로젝트 ‘큐빅(Qubic)’이 다시 한번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큐빅은 지난 8월에도 6블록 규모의 체인 재구성을 유발하며 일부 거래소의 모네로 입출금을 일시 중단시킨 바 있다.

당시 보안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재구성만으로는 큐빅이 지속적으로 51% 이상의 해시레이트를 통제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이전보다 세 배나 깊은 18블록 재구성이 발생하면서, 특정 세력이 모네로 네트워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슬로우미스트(SlowMist)의 창립자 유시안(Yu Xian)은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모네로 커뮤니티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모클레스의 칼’은 계속 모네로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을 것”이라며 “이중지불 공격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큐빅 창립자 세르게이 이반체글로(Sergey Ivancheglo)의 반응이다. 그는 “모네로는 큐빅이 원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겨,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PoW의 딜레마, 방어책 마련 시급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다수 작업증명 방식 알트코인이 직면한 근본적인 보안 딜레마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해시레이트가 특정 세력에 집중될 경우, 언제든 악의적인 체인 재구성을 통해 이중지불 공격이나 거래 검열이 가능하다는 취약점이다.

모네로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번 공격을 계기로 방어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특정 블록마다 체크포인트를 설정해 재구성 깊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대시(Dash)의 ‘체인락(ChainLocks)’과 유사한 최종성 계층을 도입하는 방안, 심지어는 다른 거대 PoW 네트워크에 보안을 의존하는 병합 채굴(merge-mining)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타임스탬프의 시각

모네로의 18블록 재구성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해프닝을 넘어, 탈중앙화와 보안이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가 어떻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사례다. 특히 ‘큐빅’의 태도는 ‘해시 파워가 곧 정의’라는 작업증명의 원초적 논리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마치 핵무기 개발국이 “우리가 원했기 때문에 평화가 유지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적 폭력이다. 이번 사건은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이 왜 많은 프로젝트에게 생존의 문제였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모네로가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작업증명을 고수하는 한, 이와 같은 ‘해시레이트의 폭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근본적인 기술적, 경제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모네로는 이번 사상 최대 규모의 체인 재구성 공격을 통해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드러냈다. 공격 이후에도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며 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 커뮤니티가 중앙화 우려와 보안 강화라는 상충된 가치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모네로의 장기적인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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