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셰어즈 dYdX ETP 출시, 탈중앙화 파생상품 제도권 편입 신호탄

핵심 요약

1. 유럽 최대 암호화폐 ETP 발행사 21셰어즈가 탈중앙화 거래소 dYdX 기반의 ETP를 출시했다.
2. 이는 복잡한 디파이 상품인 무기한 선물이 규제된 금융 상품(ETP)으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첫 사례다.
3. CBOE, 크라켄 등 전통 금융 및 중앙화 거래소들도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의 핵심 상품으로 여겨지던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전통 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유럽 최대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발행사 21셰어즈(21Shares)가 탈중앙화 거래소(DEX) dYdX 기반의 ETP를 출시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규제된 틀 안에서 디파이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디파이와 전통 금융의 만남: dYdX ETP

스위스에 본사를 둔 21셰어즈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에 특화된 탈중앙화 거래소 dYdX와 연계된 ETP를 유로넥스트 파리 및 암스테르담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티커 심볼은 ‘DYDX’이다.

이번 ETP 출시는 단순한 신규 상품 상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현물 암호화폐 ETP를 통해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dYdX ETP는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에서 거래되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ETP라는 제도권 금융의 ‘래퍼(wrapper)’로 감쌌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맨디 치우 21셰어즈 금융상품개발 책임자는 “이번 출시는 디파이 채택에 있어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기관들이 기존 전통 금융 자산에 사용하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dYdX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21셰어즈는 상품 출시 직후 스테이킹 및 보상 자동 재투자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혀, 단순 가격 추종을 넘어 디파이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까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가속화되는 파생상품 시장 경쟁

21셰어즈의 dYdX ETP 출시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통 금융사와 중앙화 거래소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뤄졌다.

미국의 주요 거래소 운영사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규제 당국의 검토를 거쳐 오는 11월 10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연속 선물(continuous futures)’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해외 시장에서 주를 이루는 무기한 선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미국 규제 환경 내에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암호화폐 노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지난 7월 선물 중개업체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인수하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파생상품 부문을 출범시켰다. 싱가포르 기반의 비트겟(Bitget)은 지난 8월 한 달간 파생상품 거래량이 75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고하며 글로벌 선물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시장 성숙의 증거, 그러나 과제는 남아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은 시장이 점차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파생상품은 투자자들에게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을 제공하고, 레버리지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암호화폐 파생상품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총액은 선물 약 39억 6000만 달러, 무기한 계약 약 984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7년 12월 Cboe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처음으로 현금 결제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했던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dYdX ETP와 같은 상품의 등장은 디파이와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더 많은 기관 자금이 암호화폐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다만, 파생상품의 높은 변동성과 복잡성은 규제 당국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앞으로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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