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1. 나스닥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넘어 이더리움, ENA 등 알트코인을 기업 재무자산(트레저리)으로 편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 이는 단순 인플레이션 헤지를 넘어, 각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에 직접 투자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
3.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전략이 다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기관 투자 유입의 새로운 통로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재무 관리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넘어, 이더리움(ETH)이나 특정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을 직접 매입해 기업 트레저리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닌, 미래 성장 동력과 생태계 참여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다.
이더리움으로 눈 돌린 샤프링크와 비트마인
소스 콘텐츠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사인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은 이더리움 중심의 트레저리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8월 31일 기준으로 총 83만 7200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현재 시가로 약 37억 달러(약 5조 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샤프링크는 8월 마지막 주에만 3만 9008개의 이더리움을 추가 매입했으며, 평균 매입 단가는 4531달러에 달했다. 이는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대규모 축적으로 샤프링크는 비트마인(BitMine Immersion Tech)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더리움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다. 비트마인은 현재 약 92억 달러 상당의 200만 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보유 중이다.
이들 기업이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을 선택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웹3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이더리움을 트레저리에 편입하는 것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성장과 혁신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정 생태계에 베팅하는 메가 매트릭스
더 나아가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미래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또 다른 나스닥 상장사인 메가 매트릭스(Mega Matrix, MPU)는 자사의 디지털 자산 전략 핵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 이더나(Ethena) 생태계를 선택했다.
메가 매트릭스는 이더나의 거버넌스 토큰인 ENA를 집중적으로 매입하여, 사실상 자사 주가를 이더나 생태계의 성장과 연동시키는 ‘프록시(proxy)’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콜린 버틀러 메가 매트릭스 부사장은 “이더나의 합성 달러 USDe가 가진 수익 창출 능력과 담보로서의 매력 덕분에 기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2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shelf registration)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ENA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는 특정 알트코인 생태계의 성공 가능성에 기업의 미래를 거는 과감한 베팅으로, 기존의 보수적인 기업 트레저리 운용 방식과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기업 트레저리 다각화, 시장에 미칠 영향
이처럼 나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기업 트레저리 다각화 현상은 암호화폐 시장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기관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서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더리움의 플랫폼 가치, 특정 디파이 프로토콜의 수익 창출 능력 등 각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펀더멘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둘째, 기업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 거버넌스 토큰 보유는 해당 프로토콜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므로,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그 과실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선도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다른 기관들의 디지털 자산 채택을 가속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규제가 명확한 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전략은 다른 기업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가 비트코인을 넘어 다채롭게 확장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도와 깊이가 한층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