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1. 파생상품 DEX 하이퍼리퀴드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USDH) 발행사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2. 유력 후보였던 대형 프로토콜 이더나(Ethena)가 커뮤니티 반발에 부딪혀 후보를 사퇴하며 신생팀 ‘네이티브 마켓’이 유력해졌다.
3. 이번 사태는 특정 세력의 사전 교감 의혹을 낳으며, 탈중앙화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투명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차세대 파생상품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주목받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USDH’ 발행사 선정 과정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유력 후보였던 대형 프로토콜 이더나(Ethena)가 커뮤니티의 반발 속에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탈중앙화 거버넌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력 후보 이더나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더나 팀은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하이퍼리퀴드 USDH 발행 입찰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더나는 “하이퍼리퀴드 네이티브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커뮤니티와 밸리데이터들의 우려를 인정한다”며 경쟁자인 ‘네이티브 마켓(Native Markets)’의 선전을 축하했다.
이더나의 사퇴로 예측 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네이티브 마켓의 선정 가능성은 92%까지 치솟았다. 이더나는 합성달러 프로토콜 USDe를 운영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많은 이들이 유력한 후보로 점쳤기에 이번 결정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가이 영 이더나 랩스 설립자는 “신생 플레이어가 커뮤니티의 마음을 얻어 성공할 공정한 기회를 얻는 것은 하이퍼리퀴드 커뮤니티의 특별함을 보여준다”며 대의를 위해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과 의혹이 자리하고 있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공정성 의혹 제기
모두가 이더나의 ‘아름다운 퇴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벤처캐피털 드래곤플라이(Dragonfly)의 매니징 파트너인 하시브 쿠레시(Haseeb Qureshi)는 이번 선정 과정이 “촌극(farce)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밸리데이터들이 네이티브 마켓 외에 다른 팀을 진지하게 고려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네이티브 마켓의 제안서가 공식 제안 요청(RFP) 발표 직후에 바로 제출된 점을 근거로 “그들이 사전 통보를 받았음을 암시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의혹을 제기했다. 팩소스(Paxos), 아고라(Agora) 등 더 인지도가 높은 팀들의 제안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정 자체가 “네이티브 마켓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OAK 리서치의 공동창업자 릴리안 알리아가 역시 “네이티브 마켓이 어떻게 이미 70% 이상의 확정 투표를 확보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편견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의혹에 힘을 보탰다.
디파이 거버넌스의 딜레마
이번 하이퍼리퀴드 사태는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거버넌스가 가진 구조적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온체인 투표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고래(대규모 토큰 보유자)나 밸리데이터들의 담합, 혹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재단과 리퀴드 스테이킹 제공업체인 키네틱(Kinetiq)이 전체 지분의 약 63%를 통제할 수 있었으나, 두 곳 모두 투표 불참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신생팀에 표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커뮤니티 내에서는 ‘탈중앙’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네이티브 마켓은 하이퍼리퀴드 투자자이자 고문인 맥스 피지(Max Fiege)와 전 유니스왑 랩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이끄는 신생 조직이다. 이들은 ‘가장 하이퍼리퀴드 친화적인’ 옵션임을 내세우며 생태계 수익 환원을 약속했지만, 신생팀이라는 한계와 특정 인물 중심의 구조는 거버넌스의 중앙화 위험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번 논란은 코드나 기술이 아닌, 사람과 이해관계가 얽힌 ‘디파이 정치’의 복잡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이퍼리퀴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거버넌스의 균열은 앞으로 생태계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