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1. 브라이언 퀸텐즈의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후보직 사퇴 배경에 제미니 거래소 창업자인 윙클보스 형제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후원자인 이들 형제가 암호화폐 규제 수장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권력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업계의 로비가 정책 수립을 넘어 규제기관 인선까지 좌우하는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국 암호화폐 규제 지형의 핵심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차기 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막후에서 제미니(Gemini) 거래소 창업자 윙클보스 형제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유력 후보였던 브라이언 퀸텐즈(Brian Quintenz)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이들의 입김 때문이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유력 후보 퀸텐즈, 왜 물러났나
최근 백악관은 7개월 이상 공석이던 CFTC 위원장 자리에 지명했던 브라이언 퀸텐즈의 후보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a16z 크립토의 정책 책임자이자 전 CFTC 위원을 역임한 퀸텐즈는 업계 전반의 폭넓은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다. 블록체인 협회, 디지털 상공회의소 등 주요 단체들은 그가 차기 위원장으로 “이례적으로 적합한 인물”이라며 공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명 절차는 의회에서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백악관의 지명 철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이자 지지자로 알려진 카메론 윙클보스,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백악관에 퀸텐즈 지명을 재고해달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암호화폐 업계의 새로운 ‘킹메이커’ 등장
윙클보스 형제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를 넘어, 암호화폐 규제기관 수장 인선 과정 자체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 기업이 단순한 정책 로비를 넘어, 규제 당국의 ‘인사권’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CFTC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 규제의 양대 축을 담당할 핵심 기관으로 꼽힌다. 윙클보스 형제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업계의 논리를 이해하는 인물이 CFTC를 이끌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퀸텐즈의 사퇴로 공석이 된 위원장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 암호화폐 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후임 후보군으로는 마이클 셀리그 SEC 암호화폐 태스크포스 수석 고문, 질 소머스 전 CFTC 위원 등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으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도 윙클보스 형제를 비롯한 업계 핵심 플레이어들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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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탬프의 시각
이번 퀸텐즈 사퇴 사태는 암호화폐 산업의 로비 활동이 ‘정책’에서 ‘인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과거 업계는 특정 법안 통과나 규제 완화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규제기관의 수장을 직접 선택하려는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업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가 전체 시장 정책을 좌우하는 ‘규제 포획’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윙클보스 형제의 성공적인 ‘반대’는 다른 거대 자본에게도 유사한 시도를 부추기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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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부재 심화되는 규제기관
문제는 CFTC뿐만 아니라 SEC 등 주요 금융 규제기관의 리더십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CFTC는 크리스틴 존슨 위원의 사임 이후 캐롤라인 팜 위원장 대행의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팜 대행 역시 퀸텐즈의 상원 인준 후 사임할 계획이었다. SEC 역시 5명의 위원 중 한 자리가 지난 1월부터 공석인 상태다.
이러한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특정 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경우, 균형 잡힌 정책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 상태에 빠지면서 인선 절차는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군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규제 프레임워크 수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정치적 힘겨루기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