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을 뒤흔든 200억 달러 규모의 청산 사태나 트럼프의 관세 폭탄 선언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 월가에서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바로 모건스탠리의 내부 정책 변경입니다. 이는 단순히 또 하나의 기관이 암호화폐를 채택했다는 소식이 아닙니다.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에서 모든 사람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수 있는 제도권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제 기관들의 게임은 비트코인 ETF 매입이라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그들은 이제 암호화폐를 대중에게 공급하기 위한 ‘금융 배관(Financial Plumbing)’을 직접 구축하고 있습니다.
신호 1: 자산관리의 문턱이 무너지다
모건스탠리의 결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암호화폐 펀드 투자는 15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허용된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문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모든 고객에게 열린 문
10월 15일부터 모건스탠리의 모든 고객은 자산 규모나 위험 성향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 없이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6조 2천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자산관리사가 암호화폐를 더 이상 소수를 위한 대안 자산이 아닌, 모든 투자자가 고려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표준 구성 요소로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블랙록과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펀드로 제한되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최대 4%까지만 노출을 제한하는 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 자체는 명확합니다.
진짜 게임체인저: 은퇴 계좌 시장의 개방
더욱 중요한 지점은 이번 조치가 개인 은퇴 계좌(IRA)와 401(k) 같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계좌를 포함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미국 퇴직연금 자산 총액은 약 45조 8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단기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투기성 자금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되는 거대하고 끈질긴 자본입니다.
당신의 401(k) 계좌에서 비트코인 펀드를 매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은,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잠재력을 가집니다.
신호 2: 월가, 직접 디지털 달러를 찍어내다
모건스탠리가 고객에게 암호화폐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될 ‘인프라’ 구축이 한창입니다.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씨티 등 세계적인 은행들이 G7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동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변동성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섭니다. 이들이 만들려는 것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규제를 완벽하게 준수하는 ‘은행급 디지털 달러’입니다. 이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맹주인 테더(USDT)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암호화폐 시장의 결제 및 청산 시스템을 월가가 직접 장악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기관들은 더 이상 외부에서 만들어진 암호화폐를 가져다 쓰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혈관인 ‘돈’ 자체를 직접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신호 3: 다음 격전지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기관들의 움직임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최근 전해진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의 스팩(SPAC) 합병을 통한 상장 논의는 월가의 다음 목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시큐리타이즈는 블랙록의 미국 국채 토큰화 펀드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 파트너입니다. 이러한 핵심 RWA 인프라 기업이 공개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이제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사모펀드, 채권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옮겨와 24시간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디지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에서 2028년까지 1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RWA 시장이 견인하게 될 것입니다.
조용한 혁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자산관리 문턱 제거, 거대 은행들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개발, 그리고 RWA 플랫폼의 제도권 진입. 이 세 가지 신호는 흩어져 있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이것은 암호화폐를 금융 시스템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잘 짜인 거대한 전략의 일부입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기관이 암호화폐를 살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떤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암호화폐 금융 인프라를 장악할 것인가?’로 바뀌었습니다. 그 조용한 혁명은 이미 우리의 은퇴 계좌 문 앞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