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거품 붕괴 경고음: SC은행 보고서 심층 분석

핵심 요약

1.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의 시장 순자산가치(mNAV) 붕괴를 경고했다.
2. 보고서는 시장 포화, 투자자 신중론 확산, 지속 불가능한 사업 모델을 mNAV 압박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3. 향후 대형 기업 중심의 시장 통합이 가속화되며 소규모 DAT 기업들의 생존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성공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온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의 위기를 정면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시장 순자산가치(mNAV)’ 프리미엄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NAV는 기업의 총 가치를 보유 암호화폐 가치로 나눈 비율로, 1 이상일 경우 기업이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추가적인 암호화폐 매입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SC은행은 다수의 DAT 기업들의 mNAV가 최근 1 이하로 추락하며 사실상 성장 엔진이 멈춘 상태라고 진단했다.

mNAV 붕괴, 예견된 위기의 서막

보고서에 따르면, DAT 기업들의 mNAV가 급격히 위축된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장 포화’가 꼽힌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BTC) 매집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자, 무려 89개의 유사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으로 트레저리 자산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중론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정 자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유행을 좇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뉴욕디지털투자그룹(NYDIG)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NYDIG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그렉 시폴라로는 “투자자들의 불안감, 경영진의 잦은 목표 변경, 무분별한 주식 발행, 차별성 없는 트레저리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와 실제 보유 암호화폐 가치 사이의 프리미엄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사 중심의 M&A, 산업 재편 신호탄

SC은행은 mNAV 프리미엄 붕괴가 결국 업계의 ‘차별화’와 ‘통합’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차별화는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스테이킹 수익 등 추가 수익 모델을 갖춘 대형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의미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나 비트마인(Bitmine)과 같은 선두 주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mNAV가 1 이하로 떨어진 소규모 기업들은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대형 기업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쟁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는, 이른바 ‘포식자’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전망이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마일로(Milo)의 CEO 조십 루페나는 현재 DAT 전략의 위험성을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라는 건전한 자산을 가져다가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하게 재설계하면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임스탬프의 시각

이번 SC은행의 보고서는 단순히 특정 기업들의 부실을 경고하는 것을 넘어, ‘기업 트레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레버리지 투자 전략의 본질적 위험을 꿰뚫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가 개척한 이 모델은 비트코인 상승기에는 기업 가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마법’처럼 보였지만, 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곧바로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NAV의 붕괴는 단순한 가치 하락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강력한 신호다. 결국 ‘누가 더 싼 이자로, 더 많은 빚을 내서, 더 많은 코인을 사는가’의 게임에서 본업의 경쟁력 없이 오직 암호화폐 보유량만 내세우던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시장은 이제 ‘묻지마 성장’의 단계를 지나 냉정한 생존 경쟁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SC은행의 경고처럼, 앞으로 시장은 견고한 자금력과 차별화된 전략을 갖춘 소수의 대형 플레이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형 암호화폐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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