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1.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가 자체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USDH 발행사를 선정하기 위한 밸리데이터 투표를 앞두고 있다.
2. 이번 결정은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플랫폼 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3. 팍소스, 스카이 등 기존 강자와 스트라이프 기술 기반의 신예 네이티브 마켓이 격돌하며 차세대 디파이 생태계의 패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차세대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DEX)로 주목받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가 자체 생태계의 기축통화가 될 첫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USDH’의 발행사 선정을 위한 밸리데이터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투표는 단순히 기술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을 넘어, 향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플랫폼 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DEX 성공의 핵심 열쇠
하이퍼리퀴드는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무기한 선물 DEX로, 지난 7월에만 11명의 팀원으로 3300억 달러의 거래량을 처리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USDH는 이 생태계에서 거래 증거금 및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될 최초의 달러 연동 자산이다.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기축통화로 채택되느냐에 따라 해당 발행사는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의 막대한 자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발행사 선정 경쟁은 단순한 기술 제안을 넘어, 각축을 벌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스트라이프 등에 업은 신예의 돌풍: 네이티브 마켓
현재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후보는 신생팀 ‘네이티브 마켓(Native Markets)’이다. 폴리마켓 예측 시장에서 9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은 하이퍼리퀴드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목표로 결성된 프로젝트팀이다.
네이티브 마켓의 가장 큰 무기는 세계적인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의 토큰화 플랫폼 ‘브릿지(Bridge)’를 준비금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초기 밸리데이터들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경쟁사들로부터 “스트라이프의 자체 블록체인 야망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날 선 비판을 받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규제의 갑옷 두른 전통 강자: 팍소스
네이티브 마켓의 강력한 대항마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팍소스(Paxos)다. 팍소스는 바이낸스의 BUSD와 페이팔의 PYUSD를 성공적으로 발행 및 확장시킨 경험을 내세우며 ‘규제 준수’를 핵심 가치로 제안했다.
이들은 USDH를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Act)과 유럽연합의 암호자산시장법(MiCA) 프레임워크를 모두 준수하는 형태로 설계하고,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의 95%를 하이퍼리퀴드 네이티브 토큰(HYPE) 바이백에 사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안정성과 생태계 기여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디파이 OG의 참전과 치열한 난타전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더리움 디파이의 선구자인 스카이(Sky, 구 메이커다오)는 레이어제로(LayerZero) 기술을 활용해 USDH를 출시 첫날부터 멀티체인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다. 또 다른 경쟁자 아고라(Agora)는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와의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네이티브 마켓이 스트라이프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이 외에도 커브(Curve), 오픈이든(OpenEden), 비트고(BitGo) 등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막판에 제안서를 제출하며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번 투표 결과는 하이퍼리퀴드의 미래뿐만 아니라, 디파이 생태계가 규제 친화적인 중앙화 스테이블코인과 기술 기반의 새로운 모델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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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탬프의 시각
하이퍼리퀴드의 USDH 발행사 선정은 단순한 기술 파트너십을 넘어, 차세대 디파이 플랫폼의 ‘금융 주권’을 둘러싼 대리전이다. 이번 경쟁은 크게 ‘규제와 신뢰’를 앞세운 팍소스 모델과 ‘기술 혁신과 생태계 통합’을 내세운 네이티브 마켓(스트라이프) 모델의 충돌로 요약할 수 있다. 밸리데이터들이 단기적인 수익 공유와 기술적 편의성을 우선할지, 아니면 장기적인 규제 안정성과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성 리스크를 더 무겁게 평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번 선택은 향후 다른 레이어1, 레이어2 프로젝트들이 스테이블코인 파트너를 선정할 때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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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방식과 시장 반응
USDH 발행사 선정 투표는 하이퍼리퀴드 거버넌스의 첫 번째 중대 결정이다. 투표는 온체인에서 진행되며, 스테이킹된 HYPE 토큰 수량에 따라 밸리데이터의 의결권이 결정된다. 제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전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퍼리퀴드 재단과 스테이킹 제공업체 키네틱(Kinetiq)이 약 63%의 토큰을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커뮤니티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경쟁 구도와 거버넌스에 대한 기대감은 HYPE 토큰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HYPE 토큰은 투표를 앞두고 사상 최고가인 57.30달러를 기록하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투표가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 가져올 장기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