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단일시장 균열 조짐: 프랑스, MiCA 암호화폐 여권 권리 차단 검토

핵심 요약

1. 프랑스 금융감독청(AMF)이 다른 EU 회원국에서 허가받은 암호화폐 기업의 자국 내 영업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 이는 일부 기업이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EU 전역에서 활동하는 ‘규제 차익거래’를 막기 위함이다.
3. 유럽 단일 암호화폐 시장을 목표로 한 MiCA 법안의 근간인 ‘패스포팅’ 원칙이 흔들리며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 법안인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가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프랑스 금융감독청(AMF)이 EU의 핵심 원칙인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를 제한하고, 다른 회원국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암호화폐 기업의 프랑스 내 영업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EU 27개 회원국에 단일화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려던 MiCA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것으로, 향후 유럽 내 암호화폐 사업의 향방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국가를 ‘진입로’로 삼으려는 시도에 대한 프랑스의 강력한 견제 신호로 해석된다.

단일 시장의 꿈과 규제 차익거래의 현실

MiCA의 핵심적인 장점 중 하나는 ‘패스포팅’ 제도다. 이는 암호화폐 기업이 한 EU 회원국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다른 26개 회원국 전체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 원칙은 규제 장벽을 낮춰 혁신을 촉진하고, 유럽을 단일 암호화폐 시장으로 묶는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프랑스 AMF는 일부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즉, 감독이 허술하거나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손쉽게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뒤, 규제가 엄격한 프랑스 같은 주요 시장에 진출하는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암호화폐 이니셔티브(EUCI)의 마리나 마르케지크 전무이사는 “MiCA는 단일 조화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기업들에게 EU 전역의 단일 규제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그 약속이 지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법적 공방 예고: MiCA 해석 둘러싼 이견

프랑스의 이러한 입장은 법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MiCA 규정상 기술적으로 패스포팅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상당한 법적 복잡성을 수반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주요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감독권을 직접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이는 개별 국가의 감독 역량 차이를 인정하고, EU 차원의 중앙 감독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반면, 자산 토큰화 플랫폼 브릭큰(Brickken)의 공동 창립자인 에드윈 마타 변호사는 “법적으로 AMF는 정식 MiCA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이 프랑스에서 영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MiCA가 모든 회원국에 직접적이고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이지, 각국이 재량권을 갖고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지침(Directive)’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마타 변호사는 AMF의 경고가 실제 차단보다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증권으로 분류되어야 할 금융상품을 MiCA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규제 체계 아래에서 구조화하려는 시도를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타임스탬프의 시각

프랑스의 이번 움직임은 유럽 통합이라는 거대 담론 이면에 존재하는 각국의 ‘규제 주권’ 문제가 암호화폐 산업에서 충돌하는 첫 사례다. MiCA는 이상적인 단일 시장을 꿈꿨지만, 현실에서는 금융 허브의 지위를 지키려는 프랑스와 같은 국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암호화폐 기업을 유치하려는 몰타, 키프로스 같은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존재한다. 이번 사태는 결국 ‘감독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막으려는 시도로, 장기적으로는 ESMA와 같은 초국가적 기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MiCA 라이선스 취득 여부를 넘어, 어느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할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전략적 변수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랑스발 규제 갈등은 유럽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MiCA를 통한 규제 명확성이라는 기대감은 각국 규제 당국의 상이한 해석과 이해관계로 인해 시험대에 올랐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향후 EU 내 사업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개별 국가의 규제 동향을 더욱 면밀히 주시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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