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발맞춰 기관을 현대화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수립하기 위한 대규모 이니셔티브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공식 발표했다.
폴 앳킨스 SEC 의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대통령 디지털 자산 실무 그룹의 최근 보고서 권고 사항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라고 밝혔다. 앳킨스 의장은 단일 라이선스로 여러 자산 클래스나 상품을 중개업체가 제공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하고,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속하는 상품과 증권을 명확히 분리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특히, 초기 단계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초기 코인 공개(ICO), 탈중앙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규제 면제나 유예 기간을 부여하여 소송 부담이나 SEC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혁신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을 강제로 설립할 필요가 없으며, 자기 보관(self-custody) 권리 또한 법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앳킨스 의장은 “위원회(SEC)의 많은 기존 규칙과 규정은 21세기, 특히 온체인 시장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규제 장벽이 신규 진입자와 기존 사업자 모두의 발전과 경쟁을 저해하여 일반 투자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위원회는 규제집을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SEC 의장의 취임 이후, 위원회는 ‘집행에 의한 규제’를 종식하고 친(親)암호화폐 규제를 우선순위에 두며 여러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승인하는 등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에서 스테이킹을 통해 얻는 소득이 유효성 검사 서비스 제공을 통한 것이므로 증권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암호화폐 분야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보고서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에 명시된 권고 사항에는 명확한 시장 구조 확립, 부처 간 조정, 스테이블코인 정책, 불법 금융 대응, 은행 규제 및 과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공동 감독 권한을 공유하며, CFTC는 현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단독 권한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 크립토’는 단순히 규제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을 넘어, 미국의 디지털 자산 시장이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향후 이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법안과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