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멤버인 아드리아나 D. 쿠글러(Adriana D. Kugler)의 사임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오랜 독립성 전통에 계속 도전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에 특히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연준은 지난 금요일 성명을 통해 쿠글러 이사의 사임이 8월 8일부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연준은 그녀가 조지타운 대학교의 학술직으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녀의 임기는 원래 1월에 끝날 예정이었다.
쿠글러 이사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서 봉사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특히 물가를 낮추고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노동 시장을 유지하는 우리의 이중 책무를 달성하는 중요한 시기에 봉사하게 되어 더욱 영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녀의 사임은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12인 패널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투표권자로서의 역할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그녀의 사임 발표 며칠 전, FOMC는 7월 정책 회의를 마치고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하며, 금리 인하 재개 시점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피했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후임자를 지명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연준 이사회 7명의 멤버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하여 미국 중앙은행에 대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동맹자들은 파월 의장이 통화 정책을 잘못 관리하고 연방 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차입 비용을 안겼다고 비난하며, 의회에 파월 의장을 해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노력을 재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ABC 뉴스에 따르면 파월 의장에 대해 “그는 연준 금리를 낮추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라며 “어쩌면 내가 연준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나 자신을 임명할 수 있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목요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파월 의장이 최근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복적인 공개 개입은 행정부가 통화 정책 결정에 간섭하지 않는 수십 년간의 중앙은행 독립성 규범을 깨는 행위이다. 그는 연방 이자 지급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연준의 정책 결정은 금융 시장에도 계속해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번 주 초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이후 비트코인(BTC)은 반전세를 보였는데, 이는 잠재적 금리 인하 시기와 규모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7월의 예상보다 약한 비농업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이동을 넘어,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적 압력이 중앙은행의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 자산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연준이 이러한 압력 속에서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하고 통화 정책을 운영해 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