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대학 기금들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전통 금융 시장 내 디지털 자산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530억 달러 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arvard Management Company)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iShares Bitcoin ETF)에 1억 1,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부킹 홀딩스, 메타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투자 규모이다. 하버드 기금은 2024년 6월 30일 기준 532억 달러로 미국 대학 기금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하버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2024년 에모리대학교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미니 트러스트(Grayscale Bitcoin Mini Trust)에 1,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주요 미국 대학 기금 중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 ETF에 노출된 사례로 기록되었다. 여기에 오스틴 대학교는 500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5년 장기 보유(HODL) 전략으로 출시할 계획을 밝히는 등, 각 대학의 특성과 투자 철학에 맞춰 암호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개별 대학의 투자 결정을 넘어, 학계와 전통 금융권이 디지털 자산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자산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하버드와 같은 대규모 기금의 투자는 다른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2018년부터 암호화폐 펀드 투자를 고려했던 하버드의 사례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점진적인 수용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SEC가 2024년 1월 블랙록 비트코인 ETF를 포함한 11개 펀드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이후, 비트코인 ETF는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860억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기록하고 있다. SEC가 최근 모든 ETF의 옵션 계약 허용 수를 2만 5천 개에서 25만 개로 늘리기로 결정한 것 또한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기금의 암호화폐 투자는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투기적 자산이 아닌,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 많은 교육 기관 및 전통 금융 기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