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나카모토 동상 훼손 사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불굴의 정신’ 상징으로 부상

스위스 루가노의 치아니 공원(Parco Ciani)에 설치되었던 익명의 비트코인(BTC)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동상이 훼손된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불굴의 정신과 집단 정체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 동상은 루가노 시청 직원들에 의해 루가노 호수에서 여러 조각으로 나뉜 채 회수되었다. 이는 금전적 이득을 위한 절도보다는 의도적인 기물 파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동상은 받침대에 두 지점에서만 용접되어 있었으며, 발 부분은 받침대에 고정된 채 남아 있었다.

이탈리아 예술가이자 비트코인 옹호자인 발렌티나 피코치(Valentina Picozzi)가 제작한 이 상징적인 작품은 2024년 10월에 공개되었으며,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다. 동상 설치를 주도한 예술 단체 사토시갤러리(Satoshigallery)는 동상 회수에 대한 정보에 0.1 BTC(약 1만 1천 달러 상당)의 보상을 제안하며, “우리의 상징을 훔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결코 훔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토시 나카모토 동상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얼굴 없는 인물 형상으로, 정면이나 후면에서 보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비트코인 창시자의 익명성과 “우리는 모두 사토시”라는 비트코인의 집단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18개월의 연구와 3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번 훼손 사건에 대해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분노와 함께 강한 저항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블록체인 로열티 보상 플랫폼 포인트빌(Pointsville)의 창립자이자 CEO인 가보르 구르바치(Gabor Gurbacs)는 “정말 무례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범인을 찾기를 바란다”고 X(구 트위터)에 게시했다. 익명의 비트코인 옹호자 그리토(Gritto)는 스위스 국경일을 기념하던 취객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테더(Tether)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동상 회수 소식에 간단한 하트 이모티콘으로 반응하며 지지를 보냈다.

사토시갤러리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21개 도시에 유사한 동상을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는 비트코인 운동이 특정 인물이나 물리적 상징에 의존하기보다는, 분산화된 정신과 커뮤니티의 결속력으로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특정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강력한 글로벌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동상 훼손이라는 부정적인 사건이 오히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앞으로 전 세계 21개 도시에 세워질 사토시 동상들은 비트코인의 정신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확산될 것임을 상징하며,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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