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국제거래소(AIX)에 중앙아시아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폰테 비트코인 ETF(Fonte Bitcoin Exchange Traded Fund, BETF)’가 상장되며, 이 펀드의 자산 보관을 미국 규제 준수 암호화폐 수탁업체 비트고(BitGo)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시사하며, 동시에 신흥 시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프레임워크 내에서 운영되는 AIX는 수요일 폰테 비트코인 ETF의 상장을 발표했다. AIFC에 등록된 자산운용사 폰테 캐피탈(Fonte Capital)이 운용하는 BETF는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BTC)에 대한 간접 투자 접근성을 제공한다. 특히 이 펀드는 비트고 트러스트(BitGo Trust)가 보관하는 비트코인으로 실물 기반을 갖추고 있다. 비트고는 ARK 인베스트(ARK Invest)와 21셰어즈(21Shares) 등 주요 미국 비트코인 ETF 발행사들에게 BTC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비트고는 이번 폰테 캐피탈 발행 비트코인 현물 ETF 참여가 중앙아시아 투자자들에게 기관 등급의 비트코인 접근성을 제공하는 첫 사례라고 X(구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비트고는 “카자흐스탄이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안전하고 미국 규제를 준수하는 콜드 스토리지”를 통해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흥 시장의 암호화폐 상품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보안 및 규제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비트고가 자사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폰테 캐피탈이나 아스타나 국제거래소는 공식 발표에서 비트고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인텔레그래프가 AIX, 폰테, 비트고에 의견을 요청했으나, 발행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디지털 신원 혁신가이자 human.tech by Holonym의 공동 설립자인 셰이디 엘 다마티(Shady El Damaty)는 전 세계적으로 비트고와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양날의 검’에 비유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기관 등급의 수탁 서비스를 즉시 받을 수 있어 투자자 신뢰에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프라 계층이 여전히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엘 다마티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현지 암호화폐 상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단일 글로벌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와 같은 상품을 시장에 더 빠르게 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지 암호화폐 전문가인 머큐리오(Mercuryo)의 제품 책임자 바흐롬 사이둘로예프(Bakhrom Saydulloev)는 강력한 현지 수탁 서비스가 카자흐스탄과 같은 관할권의 금융 주권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검증된 글로벌 수탁업체를 사용하는 것이 신뢰도와 해외 자본 유입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언급했다. 2017년에 설립된 AIX는 AIFC, 상하이 증권거래소, 실크로드 펀드, 나스닥의 지원을 받으며 2025년 7월 기준 월 약 1억 3천만 달러의 거래량을 처리하고 있다. AIX의 거래량은 나스닥과 같은 거대 거래소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BETF 출시는 역사적으로 배제되었던 투자자들에게 규제된 비트코인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자흐스탄은 암호화폐 채굴을 포함한 암호화폐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번 ETF 상장은 이러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