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금융청(FSA)이 이르면 올가을, 자국 최초의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JPYC’ 발행을 승인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의 등장을 넘어, 일본 국채(JGB) 시장의 수급 구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메가톤급’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도쿄 기반 핀테크 기업 JPYC가 발행을 주도하는 이 스테이블코인은 1 JPYC가 항상 1엔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었다. 가치 유지를 위해 은행 예금이나 일본 국채와 같은 고유동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T나 USDC가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JPYC가 일본 국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YC 발행사 관계자인 오카베는 “미국의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JPYC 역시 향후 일본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YC의 사용처가 확대되고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하여 일본 국채 매입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와 금융 당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새로운 국채 매입 주체의 등장은 국채 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카베는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뒤처지는 국가는 새로운 기관 수요층을 놓쳐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통화 정책적 고려가 각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86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대부분이 달러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에서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일본 내 디지털 결제 시장의 혁신은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엔화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JPYC의 등장이 일본 금융 생태계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