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제 강화 속 ‘건전한 조정’…옥석 가리기 본격화

홍콩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급락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금요일 브라이트 스마트 증권 및 상품 그룹(Bright Smart Securities & Commodities Group)은 거의 20% 하락했으며, 윤펑 금융 그룹(Yunfeng Financial Group)은 16% 이상, 궈타이쥔안 인터내셔널 홀딩스(Guotai Junan International Holdings)는 11%, OSL 그룹은 10.5% 각각 급락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수탁, 거래 또는 관련 인프라 노출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홍콩 스테이블코인 컨셉 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조정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홍콩 과학기술대학교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연구원인 앨런 황(Allen Huang)은 이를 “건전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주식 시장을 포함한 다른 금융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은 홍콩 금융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 발생했으며, 항셍 지수는 1% 이상, 항셍 스몰캡 지수는 1.54%, 항셍 기술 지수는 1.02% 하락 마감했다.

주가 하락은 홍콩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로 전환하기 위한 6개월간의 특별 전환 기간에 진입한 시점에 발생했다. 새로운 규제는 무허가 스테이블코인 프로모션을 범죄화하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해시키 그룹(HashKey Group)의 리퀴드 펀드(Liquid Fund) 이사인 쉬 한(Xu Han)은 이번 매도세가 “수개월간의 투기적 과열 이후 합리적인 시장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대1 완전 준비금, 1일 환매, 최소 2,500만 홍콩달러(약 318만 달러)의 최소 자본금 요구 등 규제 강화가 “시스템 안정성과 신뢰성을 우선시하는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쉬 한은 “이번 조정은 단기 투기를 걸러내고, 근본적으로 강한 플레이어들이 홍콩을 글로벌 신뢰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홍콩에 사업장을 둔 암호화폐 포렌식 기업 AML봇(AMLBot)의 준법감시 책임자 니코 뎀척(Niko Demchuk) 또한 “오늘의 ‘스테이블코인 컨셉’ 주식 매도세는 투기적 이득 이후의 건전한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뎀척은 높은 라이선스 요구 사항과 소규모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 또한 “시장 재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물 자산 토큰화 기업 플룸(Plume)의 홍콩 기반 최고 전략 책임자 슈키 마(Shukyee Ma) 역시 “이번 하락은 이익 실현과 규제 명확성에 따른 건전한 시장 조정”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도를 고려하던 일부 기관들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고 황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초기 라이선스 보유자들이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첫 번째 배치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비용-편익 분석을 변경해야 하는 힘든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라이선스 보유자들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마는 규제 전환 기간 동안 소규모 기업이나 투기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고려하던 기업들이 노력을 중단하거나 관할권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뎀척 역시 6개월간의 규제 전환 기간이 “잠재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 간의 자본 통합을 촉진”하여 소수의 라이선스만 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한 수탁 기관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라이선스 선두 주자들과의 파트너십을 우선시하여 시장이 대형 발행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홍콩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비교될 가능성은 낮다고 황 연구원은 말했다. 하지만 마는 중국이 수출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엄격한 규칙은 HKD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국제 무역을 위한 실행 가능한 결제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준다”고 강조했다. 뎀척은 홍콩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허브 지위와 엄격한 규제를 활용하여 “국경 간 결제 및 디파이(DeFi)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채택 및 인프라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인 2027년 이전에는 “디파이 또는 결제 분야에서 상당한 거래량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홍콩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조정은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의 구조적 재편과 건전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해석된다. 향후 홍콩이 엄격한 규제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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