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최근 발표한 ‘LEAP 디지털 자산 정책 성명 2.0’과 더불어, 중국 정부가 압수한 가상자산을 홍콩의 인가된 거래소를 통해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홍콩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허브이자 중국의 전략적 시장 운영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확장을 넘어, 중국이 암호화폐 유동성을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홍콩의 LEAP 정책은 라이선스 통합, 토큰화된 상품 확장, 그리고 교차 부문 협력 및 인재 개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홍콩 웹3 협회 공동 의장 조슈아 추(Joshua Chu)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의 진정한 힘은 중국의 암호화폐 청산 결정이 가져올 ‘유동성 주입’에 있다. 이는 홍콩에 전례 없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영향력을 부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홍콩을 통해 시장에 유입시킴으로써 가격을 조절하고 시장을 안정화하며, 지정학적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방대한 비트코인 전략 비축량을 ‘보유 전용(hold-only)’ 정책으로 묶어두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추 의장은 희토류 통제가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에 우위를 제공했듯이, 암호화폐 유동성 통제가 미국의 새로운 암호화폐 비축량 가치에 대한 통제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콩의 규제 기반은 2022년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법(AMLO) 개정안 통과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VATP)에 대한 의무 라이선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마련되었다. 이어 2025년 8월 1일 시행 예정인 스테이블코인 조례는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전용 라이선스 제도를 확립하며, 1대1 준비금, 강력한 상환 메커니즘, 엄격한 위험 통제를 의무화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 위에 LEAP 정책이 더해지면서 홍콩은 디지털 자산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과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의 승패는 ‘유동성’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이 압수한 디지털 자산을 홍콩의 인가된 VATP를 통해 유통시키기로 한 결정은 생태계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유동성을 전략적으로 주입하는 행위이다. 이는 단순한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 홍콩을 수요와 공급을 신속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시장 가격 조절 수단’으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중국의 거대 전략은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홍콩은 중국의 암호화폐 청산 움직임을 위한 통로로서 기관 자본을 흡수하고 시장 유동성을 심화하는 데 결정적인 이점을 갖게 된다. 동시에 중국은 계산된 시장 유동성 관리를 통해 글로벌 암호화폐 가치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지정학적 도구를 손에 쥐게 된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수동적인 암호화폐 비축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홍콩의 유동성 통제력에 대응할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려할 것인가. 시장 참여자, 법률가, 위험 관리 전문가, 그리고 입법자들은 이러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 프레임워크는 유동성 주도 시장 움직임과 관련된 증가된 감시 및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되어야 하며, 전략적 유동성 흐름으로 인한 변동성을 예측하고 유동성 통제가 시장 내러티브와 결과를 어떻게 형성할지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싱가포르나 두바이와 같은 다른 주요 암호화폐 허브들이 시장 규모의 한계나 파편화된 규제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반면, 홍콩은 성숙한 규제 프레임워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보유량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그리고 재량에 따라 유동성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결합하여 Web3 생태계에서 비할 데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동성은 이 경쟁에서 궁극적인 지렛대이며, 홍콩이 그 스위치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