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종종 경험 부족과 신뢰를 악용하는 정교한 사기 사건의 어두운 면을 가린다. 최근 태국에서 은퇴한 호주 경찰관이 120만 달러(약 4천만 태국 바트)에 달하는 암호화폐 사기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하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퀸즐랜드 경찰청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속임수를 간파하고 범죄 계획을 밝혀내는 데 능숙했던 마이클 라인케(Michael Reinecke)는 지난 7월 18일 태국 당국에 자신이 암호화폐 사기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신고했다. 그가 속은 사기는 푸켓에 거주하는 독일 국적의 ‘알렉스’라는 암호화폐 기업가에 의해 저질러졌다.
라인케와 알렉스의 관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작되었다. 알렉스는 1년 넘게 라인케와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기회를 소개했다. 이후 직접 만나 대시보드와 차트를 보여주며 월 5~10%의 수익을 약속했다. 라인케는 자신의 평생 저축을 알렉스에게 송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스는 암호화폐 웹사이트가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라인케가 설명을 요구하자 알렉스는 휴대폰을 분실하여 돈이 도난당했다고 말한 뒤, 곧바로 잠적하고 라인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다.
라인케는 태국인 아내 아리랏 눈얏(Areerat Noonyat)과 변호사 크리차다 로히트디(Kritsada Lohitdee)의 도움을 받아 우돈타니 경찰서에 공식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시장의 복잡성과 사기 수법의 진화가 전문가조차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정부가 2018년 중국 폰지 사기(Ponzi scheme)로부터 압수한 6만 1천 비트코인(약 72억 달러 상당)을 예산 적자 해소를 위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이는 범죄에 연루된 암호화폐 자산이 국가 재정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동시에 암호화폐 관련 범죄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라인케의 사례는 암호화폐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접근, 비현실적인 고수익 약속, 그리고 불투명한 투자 구조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므로 투자자들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새로운 형태의 사기 수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한 실사(due diligence)와 검증된 플랫폼 이용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