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영국 금융 시스템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최근 심화되는 영국 내 재정난과 암호화폐 규제 지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괜찮다(Everything is fine)’는 제목의 이 영상은 뮤지컬 형식의 노래와 가사를 통해 영국의 견고한 재정을 자랑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인플레이션, 빈곤, 부채, 재정적 어려움 등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와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암시한다.
영상은 “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불평할 이유도 없다”는 가사로 시작하지만, 화면에는 손상된 주택과 돈에 쪼들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거리는 더 깨끗해질 수 없고, 쥐고기는 더 살코기가 될 수 없다. 아니다. 삶은 그저 위대하다”는 가사가 이어지며 더러운 거리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영상은 또한 치솟는 물가 문제를 꼬집는다. “이 피시 핑거는 거저다. 가격이 조금 올랐을 뿐, 한 끼에 100파운드”라고 말하며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비꼬는 듯한 농담을 던진다.
코인베이스의 이번 영상은 영국 성인 44%에 해당하는 2,030만 명이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최근 Fair4All Finance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에 공개되었다. 이는 2022년 이후 16% 증가한 수치로, 불안정한 소득, 제한된 저축, 건강 악화, 실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들 중 높은 부채를 지닌 인구가 59% 증가하여 현재 35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190만 명의 젊은 성인(45% 증가)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종종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에 의존하고 ‘제로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s)’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식량 불안정 또한 악화되어 푸드뱅크 이용률이 11%에서 15%로 증가했으며,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 절반은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금리 단기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빠르게 증가한 두 그룹은 저축이 없는 저소득층 가구(5% 증가, 380만 명)와 전적으로 신용에 의존하여 생존하는 위기 상태의 사람들(12% 증가, 390만 명)이다.
영국은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독립 싱크탱크인 OMFIF(Official Monetary and Financial Institutions Forum)의 분석가들은 영국이 분산원장기술(DLT) 금융 분야에서 초기 선점 이점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때 브렉시트 이후 암호화폐 규제의 황금 표준을 세울 것으로 기대되었던 영국이 “미래의 규제에 대해 불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정책 지연”이 유럽연합(EU)과 미국에 뒤처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의 이번 영상은 단순한 기업 광고를 넘어, 영국 사회의 심각한 재정 문제와 정부의 미온적인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더 나은 금융 시스템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