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P)의 ‘현물 실물 보상(in-kind redemption)’ 및 ‘현물 실물 생성(in-kind creation)’을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현금 정산 방식만을 허용했던 정책에서 벗어나, 지정 참여자들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 기초 암호화폐 자산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중대한 변화이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SEC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자신의 의장직 주요 우선순위가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적합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규칙이 암호화폐 ETP를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SEC 거래 및 시장 부문 이사 제이미 셀웨이(Jamie Selway) 역시 “현물 실물 보상 및 생성은 ETP 발행자, 지정 참여자 및 투자자에게 유연성과 비용 절감을 제공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SEC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을 당시에는 현금 정산 방식만을 허용하며 현물 실물 방식은 유보했었다. 하지만 이후 시장과 업계의 요구가 지속되면서 현물 실물 메커니즘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지난달 비트코인 정책 연구소(Bitcoin Policy Institute) 컨퍼런스에서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현물 실물 보상 허용에 대한 업계의 커지는 관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산업 성장 지원 의지가 반영된 광범위한 친(親)암호화폐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에는 의회에서 시장 구조,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감시 기능을 금지하는 세 가지 주요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현물 실물 방식은 펀드의 지정 참여자들이 자산을 시장에서 직접 매도할 필요가 없으므로 잠재적으로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반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간주된다. 이는 곧 투자자들이 더 낮은 수수료로 암호화폐 ETP에 접근하고 거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ETP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시장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이미 암호화폐 ETF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최근 12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며 총 66억 달러의 자산을 끌어모았다. 비트보(Bitbo)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ETF는 현재 총 129만8천 BTC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521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더리움 ETF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ETF(iShares Ethereum ETF)는 출시 251일 만에 자산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해당 이정표에 도달한 펀드 중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을 세웠다.
이번 SEC의 현물 실물 보상 및 생성 승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을 더욱 용이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의 주류 금융 시스템 통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SEC가 추가적인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