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금융,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인정…’아메리칸 드림’ 재정의 움직임 포착

암호화폐 심볼이 박힌 주택이 블록체인 위에서 있는 레트로 일러스트레이션.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최근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 모기지 신청 심사 시 암호화폐 자산을 인정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하며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변화를 넘어, 전통적인 주택 금융 시장이 디지털 자산을 ‘진정한 부(富)’로 공식 인정했다는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소득이나 자산 증명 없이 대출이 가능했던 ‘노-독(no-doc)’ 혹은 ‘로우-독(low-doc)’ 대출이 성행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는 자영업자나 계약직 근로자들을 돕기 위한 취지였으나, 광범위하게 남용되어 2008년 금융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현재는 대출 기관들이 소득, 자산, 부채, 고용 상태를 엄격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번 FHFA의 결정은 기존의 검증 방식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새로운 금융의 문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주택 소유는 수십 년간 금융적, 심리적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번 FHFA의 조치는 디지털 자산으로 부를 축적한 새로운 세대에게 주택 소유의 기회를 다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레드핀(Redfin)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구매자의 12%가 계약금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9년 5%에 불과했던 수치와 비교했을 때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한, 자본 이득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대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암호화폐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임을 방증한다.

이번 정책 변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비트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을 모기지 자격 요건으로 인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변동성’이 곧 ‘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2008년 금융 위기가 암호화폐가 아닌 과도한 레버리지, 파생상품,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암호화폐는 월렛 잔액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스마트 계약이 위조될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은 투명성을 제공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이번 정책이 단순히 금융적 측면을 넘어 ‘자유’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21세기 부는 더 이상 법정화폐 저축이나 401(k)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토큰, 원장, 또는 전통 금융의 인정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부를 일군 사람들의 디지털 자산에서 비롯된다”고 언급하며,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FHFA의 결정은 미국 주택 시장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소유의 개념이 물리적 자산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까지 포괄하게 되며, 신용 평가 또한 서류상의 이력서가 아닌 온체인 투명성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주택 소유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재창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금융 시스템이 과거의 틀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의 변화하는 니즈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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