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나 테슬라처럼 대대적으로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도, 재무 전략의 핵심으로 비트코인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매집해 온 상장 기업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기술, 에너지,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에 포진해 있으며, 단순 투자를 넘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다각화, 디지털 경제 편승 등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기업 재무구조에 비트코인을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조용한 매집’ 전략은 비트코인이 더 이상 소수 기술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주류 기업 사회의 재무 관리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이다. 소스 콘텐츠에 따르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싱가포르 기반 비트코인 채굴 기업 비트푸푸(BitFuFu)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의 40%에 달하는 1,709 BTC(약 1억 8,585만 달러)를 보유하며, 채굴 수익과 함께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축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상장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채굴 기업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역시 시총의 40%에 해당하는 1,063 BTC(약 1억 1,549만 달러)를 재무제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IT 업계를 넘어 전통 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배터리 안전 기술 기업 KULR 테크놀로지 그룹은 시가총액의 무려 40%인 920 BTC(약 1억 4만 달러)를 보유하며 기술 중심의 재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산업 투자 회사인 아케르 ASA(Aker ASA)는 전체 시총의 1.7% 수준인 754 BTC(약 8,200만 달러)를, 미국 석탄 생산업체인 얼라이언스 리소스 파트너스(Alliance Resource Partners)는 시총의 1.5%인 481.9 BTC(약 5,580만 달러)를 보유하며 전통 자산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법정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2,100만 개로 공급량이 고정된 비트코인의 디지털 희소성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작용한다. 둘째, 24시간 운영되는 유동성과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자산 다각화 효과다. 셋째, 스트래티지와 같은 선구자들의 성공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게 비트코인 재무 전략의 타당성을 입증하며 후발 주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에는 명백한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의 의료 기술 기업 세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 중심 전략을 발표하며 대규모 BTC를 매입한 후 주가가 급등했으나, 2025년 중반에는 비트코인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45% 이상 폭락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의 가치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시장이 회사의 핵심 사업 가치보다 암호화폐 자산 자체를 더 낮게 평가했음을 의미하며, 비트코인의 극심한 변동성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투자자 신뢰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등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숨은 그림’ 같았던 비트코인 보유 현황은 아캄 인텔리전스, 글래스노드와 같은 블록체인 분석 기업들의 활약으로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 이들은 주소 클러스터링, 거래 시점 분석 등 고도화된 기법을 통해 익명의 지갑과 특정 기업을 연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조용한 매집’ 트렌드는 비트코인이 기업 재무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세믈러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 변동성에 대한 철저한 위험 관리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디지털 금으로 여겼던 비트코인이 오히려 기업 가치를 갉아먹는 ‘자본 잠식’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