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의 한 임원이 제시한 충격적인 데이터는 현재 밈코인 시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때 커뮤니티의 유머와 자발적 참여로 움직이던 이 시장이 이제는 소수의 지갑이 운영하는 자동화 봇에 의해 통제되는 ‘토큰 발행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닌, 구체적인 온체인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냉정한 현실이다.
코인베이스 제품 책임자인 코너 그로건(Conor Grogan)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솔라나 기반 밈코인 생성 플랫폼 ‘렛츠봉크(LetsBonk)’에서 활동하는 상위 13개 지갑이 단 24시간 만에 무려 4,281개의 신규 토큰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적으로 3분마다 새로운 밈코인이 하나씩 탄생했다는 의미로, 인간의 개입으로는 불가능한 ‘산업적 규모’의 토큰 생성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밈코인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특정 아이디어나 커뮤니티의 열기를 바탕으로 토큰이 탄생하고, 자연스럽게 유동성이 형성되었다면, 현재는 자동화된 봇이 무차별적으로 토큰을 ‘살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 봇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량의 토큰을 생성하고, 초기 유동성 풀을 만든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위적인 ‘하이프(Hype)’를 조장한다. 순진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에 현혹되어 유입되면, 봇 운영자들은 초기에 확보한 물량을 덤핑하며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전형적인 ‘러그풀(Rug Pull)’ 사기 수법과 유사하다. 소스에 따르면, 이들 상위 계정이 발행한 수천 개의 토큰 중 충분한 거래량을 확보해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상장되는, 이른바 ‘졸업(Graduated)’에 성공한 토큰은 단 37개에 불과했다. 이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낮은 성공률로, 나머지 99% 이상의 토큰은 생성 직후 사실상 가치를 잃고 버려지는 ‘디지털 쓰레기’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천 개의 지뢰밭에서 하나의 금맥을 찾는 것과 같은 극악의 확률 게임에 내몰리는 셈이다.
이러한 ‘밈코인 공장화’ 현상은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존의 강자였던 ‘펌프닷펀(Pump.fun)’을 위협하며 등장한 ‘렛츠봉크’는 최근 일일 수익과 토큰 발행량 모두에서 펌프닷펀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이라마(DefiLlama) 데이터에 따르면 렛츠봉크는 하루 123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52만 달러에 그친 펌프닷펀을 두 배 이상 따돌렸다. 토큰 발행량 역시 렛츠봉크가 22,000개를 넘어서며 9,800여 개에 그친 펌프닷펀을 압도했다. 이러한 경쟁은 결국 더 많은 토큰을, 더 빨리, 더 자극적으로 생산해 내려는 ‘치킨 게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들은 더 많은 봇 운영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이는 결국 품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는 기형적인 생태계를 고착화시킨다. 결국 피해는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장에 진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밈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정점을 찍었던 2024년 12월의 1,273억 달러에서 현재 547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하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토큰의 발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장의 건강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소수의 ‘공장장’들이 빠르게 수익화 사이클을 돌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밈코인 시장이 투기적 성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산업화된 스캠(Scam) 구조를 타파하고, 진정한 커뮤니티 기반의 가치 창출 모델을 회복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