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바이오테크 기업 180 라이프 사이언스(180 Life Sciences Corp)가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본업인 생명공학 사업을 포기하고 이더리움(ETH) 투자에 집중하는 ‘ETHZilla Corporation’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이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을 때, 암호화폐 자산 축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지난 화요일 4억2500만 달러(약 5,800억 원) 규모의 사모 투자를 유치하여 이더리움 보유고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금 조달은 암호화폐 전문 투자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공모 방식의 사모투자(PIPE) 형태로 진행되며, 최대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승인도 확보했다. 이더리움 보유고가 구축되면 벤처 투자사 일렉트릭 캐피탈(Electric Capital)이 외부 운용사 역할을 맡아 다양한 온체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2016년 임상 단계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설립되어 2020년 상장된 180 라이프 사이언스(종목 코드: ATNF)는 상장 이후 주가가 99.9% 이상 폭락하며 현재 시가총액 약 1,700만 달러 수준에서 3달러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급락은 매출 부재, 누적 손실, 그리고 자금 조달을 위한 반복적인 주주 희석에 주로 기인한다. 2024년 말 기준 회사는 1억4150만 달러 이상의 누적 적자와 약 160만 달러의 운전자본 부족을 보고한 바 있다.
180 라이프 사이언스의 이러한 기업 전략 전환은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가 2020년부터 비트코인(BTC)을 재무 자산으로 공격적으로 매입한 이후 확산된 ‘암호화폐 재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부터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을 발표하는 등 이미 기업 전략 변화를 시작했었다. 최근에는 나스닥 상장사 밀 시티 벤처스(Mill City Ventures)가 수이(SUI) 전략을 위해 4억4100만 달러를 조달할 계획을 밝혔고, 농업 기술 기업 네이처스 미라클(Nature’s Miracle)은 XRP에 최대 2천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소비재 기업 유펙시(Upexi)는 솔라나(SOL) 1670만 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공개하는 등 수많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대차대조표에 추가하고 있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이러한 암호화폐 재무 전략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비평가들이 이 전략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이들 기업의 원래 사업 목표가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에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 사업과 무관하다는 점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추세는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넘어 다양한 암호화폐로 보유 자산을 다각화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에 따르면,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의 최대 10%를 보유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180 라이프 사이언스의 ‘이더질라’로의 변신은 기존 사업 모델의 실패에 직면한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까지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본업과 무관한 고위험 자산 투자를 통한 회생 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요구된다. 시장은 이들의 전략적 변화가 진정한 혁신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