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프로토콜에 내장된 공급량 감소 메커니즘인 ‘반감기’가 시장의 외부 요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비트코인의 일일 채굴량을 압도하면서, 사실상 프로그램된 반감기와 유사한 공급 충격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수확: AI, 노동, 그리고 비트코인 생명선’의 저자 애덤 리빙스턴은 스트래티지의 행보를 ‘합성적 반감기(synthetically halv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소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하루에 약 450개의 BTC를 생산하는 반면, 스트래티지는 지난 6개월간 총 379,800개의 BTC를 축적했다. 이를 일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087 BTC에 달하며, 이는 신규 공급량의 4.6배를 훌쩍 뛰어넘는 막대한 규모다. 리빙스턴은 “스트래티지는 채굴자들을 훨씬 앞지르는 속도로 비트코인을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기업이 미래의 ‘금융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분석은 스트래티지의 매수 행위가 단순히 기업의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넘어, 비트코인 전체 시장의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고래’의 움직임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스트래티지의 총 보유량은 약 597,325 BTC로, 그 가치는 709억 달러(약 97조 원)를 넘어선다. 이러한 ‘인위적 반감기’ 현상은 비트코인 가격에 강력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 풀리는 신규 물량보다 특정 주체가 흡수하는 물량이 훨씬 많아지면서 극심한 공급 부족(Supply Shock)이 발생하고, 이는 작은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기관들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다. 일부 분석가들은 스트래티지와 같은 기업들의 대규모 매수가 대부분 부채를 통해 조달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속 불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소스에 따르면, 스트래티지는 최근에도 42억 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을 발표하는 등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거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경우, 이들 기업은 대규모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시스템적 폭락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크립토 트레이더 ‘세인트 펌프(Saint Pump)’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기업들이 다음 하락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벤처캐피털 브리드(Breed) 역시 순자산가치(NAV)에 가깝게 거래되는 비트코인 보유 기업들이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래티지가 주도하는 ‘인위적 반감기’는 비트코인 시장의 역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공급 압박을 통해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채 기반의 불안정한 구조로 인해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기관들의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