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단순 법정화폐 연동 넘어선 진화… 규제 포커스 다양성 놓치나

각기 다른 유형의 스테이블코인(달러 기호, 암호화폐 모양, 금괴, 기어 등)이 규제 프레임워크 주변을 부유하는 레트로 일러스트.

최근 제정된 ‘GENIUS 법안’으로 미국 내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규제 명확성이 더해지며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다양한 설계 방식과 각 유형이 지닌 고유한 특징은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외에도, 암호화폐 담보 및 실물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등이 존재하며 각기 다른 리스크와 활용성을 내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려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흔한 유형인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특정 법정화폐에 1:1로 고정되며, 현금이나 미국 국채와 같은 단기 자산으로 뒷받침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는 이 유형은 최근 제정된 GENIUS 법안의 주요 규제 대상이 되었다. 이 법안은 발행사에게 완전 준비금 보유, 정기 감사, 적절한 라이선스 획득을 의무화하여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더(USDT)와 서클(USDC)은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이며, 합산 시가총액이 2,27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만이 전부는 아니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ETH)이나 토큰화된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 자산을 초과 담보로 발행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메이커다오(MakerDAO)의 다이(DAI)가 있으며, 약 43.5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상에서 투명하게 담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담보로 사용되는 암호화폐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실물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도 존재한다. 팍스골드(PAXG)와 같은 실물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금과 같은 실제 상품으로 뒷받침되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잠재력이 있으나 유동성과 보관 복잡성으로 인해 아직 채택이 제한적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공급량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가치를 유지하려 하지만, 테라(Terra) 생태계 붕괴 사례에서 보듯이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GENIUS 법안은 이러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취급하며 다른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라는 표면적 설명 뒤에 숨겨진 복잡하고 다양한 설계 원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과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JP모건(JPMorgan)과 씨티그룹(Citigroup) 등 세계 유수 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된 현재의 규제 논의는 나머지 유형들이 지닌 잠재적 위험과 기회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각 유형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향후 규제 당국은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확보를 넘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복합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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