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전력, 두 마리 토끼 잡는다…러시아, ‘채굴기 국가 등록제’ 전격 시행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암호화폐 채굴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굴 장비 국가 등록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세금 탈루를 일삼는 ‘그림자 채굴업자’를 양성화하는 동시에, 전력망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불법 전력 도용을 근절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는 암호화폐를 국가 통제하에 두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리아노보스티(RIA Novosti)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부, 연방 국세청, 디지털개발부는 최근 합동으로 암호화폐 채굴 장비에 대한 국가 등록부를 작성해 채굴 활동이 활발한 주요 지역에 배포했다. 이는 사실상 전국에 산재한 모든 채굴기에 대해 정부가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심각한 세수 누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 재무부의 이반 체베스코프(Ivan Chebeskov)는 “암호화폐 채굴 관련 법안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말 이후 연방 국세청 등록부에 등재된 채굴업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70%의 채굴업자들이 세금을 회피하며 사실상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등록제를 통해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정확한 과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표트르 코뉴셴코(Petr Konyushenko) 에너지부 차관은 “등록부 생성은 산업을 합법화하고 불법적인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통해 채굴 목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를 정확히 식별하고, 이들에게 특별 규제와 과세를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금 문제와 더불어 러시아 정부를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는 채굴로 인한 막대한 전력 소비와 불법 도용이다.

시베리아 등지의 값싼 전기를 노리고 우후죽순 생겨난 불법 채굴장들은 주택가나 공장 지대의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며 전력망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바타이스크시의 한 차고 단지와 프리바이칼스키 지역의 마을 전력을 훔쳐 쓰던 트럭 위장 채굴장이 당국에 의해 적발되는 등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러시아 정부는 일부 지역에 극약 처방을 내렸다. 국영 통신사 타스(TASS)에 따르면, 정부는 10개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채굴장(채굴 풀)은 물론 개인 채굴까지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 금지 조치는 정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2031년 3월 15일까지 6년간 유효하다. 이처럼 일부 지역은 완전 금지, 그 외 지역은 등록제를 통한 강력한 통제라는 ‘투트랙 전략’은 암호화폐 채굴을 무조건 억압하기보다는, 국가의 관리 감독하에 에너지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산업을 육성하려는 러시아의 실리적인 접근법을 보여준다. 채굴 장비 등록제는 이러한 국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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