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코인 공장’의 실체…’1인 1만8천개 제작’ 봇 논란과 펌프닷펀의 두 얼굴

컨베이어 벨트에서 수많은 밈코인이 쏟아져 나오는 공장을 묘사한 레트로 스타일 삽화로, 밈코인 플랫폼의 자동화된 대량 생산 문제를 풍자함.

단 12분 만에 5억 달러(약 6900억 원)를 조달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밈코인 런치패드 ‘펌프닷펀(Pump.fun)’. 표면적으로는 인터넷 자본 시장의 힘을 증명한 혁신 사례로 포장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동화된 봇(Bot)이 대량으로 찍어내는 ‘밈코인 공장’이라는 비판과 함께 젊은 세대를 파멸로 이끄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ICO라는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펌프닷펀의 어두운 실체에 대한 심층 취재가 이뤄졌다.

‘혁신’인가, ‘유해 플랫폼’인가…극명한 시각차

펌프닷펀의 ICO 성공 소식에 벤처 캐피털 드래곤플라이(Dragonfly)의 매니징 파트너 하십 쿠레시(Haseeb Qureshi)는 “역대 최대 ICO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토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펌프닷펀을 자본 형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혁신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 ‘서민을 위한 진실(Truth for the Commoner)’의 설립자 메리 벤트(Mary Bent)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쿠레시의 발언에 “펌프닷펀과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Z세대를 파멸로 이끄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밈코인 플랫폼이 재정적 지식이 부족한 젊은 투자자들을 현혹해 위험한 투기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충격적인 ‘봇 공장’의 실태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펌프닷펀과 같은 밈코인 생성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제품 총괄 코너 그로건(Conor Grogan)은 “펌프닷펀이나 경쟁 플랫폼에서 출시되는 토큰의 대다수는 자동화된 봇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폭로했다. 그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그로건은 지난 1월, “펌프닷펀에서 생성된 약 1만 8,000개의 토큰을 책임지고 있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인물은 매일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당 평균 12개의 토큰을 만들고, 이것을 수개월 동안 반복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밈코인 생태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소수의 개발자가 운영하는 ‘봇 공장’에 의해 기계적으로 양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누구나 쉽게 밈코인을 만들 수 있다는 ‘금융의 민주화’라는 구호 뒤편에는, 사실상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토큰을 찍어내며 투기를 조장하는 어두운 현실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펌프닷펀은 ‘자본 조달의 혁신’과 ‘대규모 투기 조장’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규제의 공백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 플랫폼은 개인에게 전례 없는 금융 접근성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정교한 분석이나 가치 평가 없이 오직 투기 심리에만 의존하는 위험천만한 환경을 조성했다. 펌프닷펀의 ICO 성공은 단순한 축하의 대상이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윤리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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