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반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장 착용 여부’를 놓고 7,900만 달러(약 1,09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베팅이 벌어졌으나, ‘정장’의 정의에 대한 격렬한 논란으로 결과 확정이 지연되고 있어 예측 시장의 ‘진실’ 검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6월 24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나토(NATO)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었던 의상에서 시작되었다. 베팅 시장은 ‘젤렌스키가 7월 이전에 정장을 입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초기 결과는 ‘예’로 나왔으나 두 차례의 이의 제기 끝에 현재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젤렌스키가 착용한 의상이 전통적인 정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일부는 상하의가 비슷한 소재와 색상으로 구성되어 정장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캐주얼한 블레이저 형태와 운동화 착용으로 인해 정장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었고, 인공지능 챗GPT는 해당 의상이 전통적인 정장의 핵심 요소가 부족하여 군용 야전 재킷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캐나다 남성 패션 평론가 데릭 가이(Derek Guy)는 ‘정장이자 정장이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 사건은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이 직면한 ‘오라클 문제’와 ‘데이터의 진실성’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폴리마켓은 UMA 프로토콜의 블록체인 오라클을 사용하여 외부 데이터를 시장 결과에 반영하고 실시간 사건을 검증한다. 그러나 ‘정장’처럼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개념이나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현실 세계의 사건을 오라클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블록체인에 입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거 700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광물 거래 베팅에서도 오라클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경제 데이터베이스 트러프 네트워크(Truf.Network)는 “시장이 ‘데이터에 대한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데이터가 종종 파편화되고 검증 불가능하며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 까다롭다”고 지적하며, 결과 검증자가 베팅에 참여할 경우 진실이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다시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의상 논란은 단순한 패션 논쟁을 넘어 전쟁 중인 국가 정상의 상징적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이 사건은 예측 시장이 실제 세계의 복잡성과 모호성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게 디지털화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숙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