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선언한 돈세탁 네트워크 ‘후이원’, CEX 통해 1조원대 자금 유출 정황

FinCEN이라는 칼에 목이 잘리자 폴란드 등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는 히드라 괴물로 묘사된 후이원 네트워크의 레트로 일러스트

미국 정부에 의해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된 후 공식 폐쇄를 선언했던 거대 암호화폐 범죄 네트워크 ‘후이원(Huione)’과 연계된 지갑에서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흐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약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주요 중앙화 거래소(CEX)로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거대 범죄 조직이 교묘한 방식으로 생명력을 유지하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증거다. 스위스 블록체인 분석 기업 ‘글로벌 레저(Global Ledger)’가 타임스탬프뉴스에 단독으로 제공한 최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가 후이원을 제재한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7일 사이, 후이원 연관 지갑들에서는 총 103억 달러(약 14조 원)가 넘는 테더(USDT) 거래가 발생했다.

이 중 9억 4,290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가 최종적으로 주요 중앙화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에 기반을 두고 홍콩에 등록된 초국가적 기업으로,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를 비롯한 여러 사이버 범죄 집단의 자금 세탁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특히 ‘돼지 도살(pig butchering)’ 사기와 같은 로맨스 스캠의 주요 자금 세탁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FinCEN의 제재 이후 후이원은 텔레그램 기반 불법 마켓플레이스인 ‘후이원 개런티’ 등의 폐쇄를 발표했으나, 이번 분석 결과는 이들의 활동이 전혀 중단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레저의 유리 세로프 수사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이원 연관 자금은 중첩된 서비스 제공업체, 장외거래(OTC) 데스크, 또는 자금의 원천을 숨기기 위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쳐 주요 거래소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이 거래소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숨길 수는 있지만, 자금 흐름의 근본적인 패턴은 여전히 주요 중앙화 거래소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운영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후이원이 새로운 합법적 외피를 통해 활동을 지속하려는 시도이다.

FinCEN에 따르면 후이원은 2023년 중반 폴란드에 ‘후이원 크립토’라는 법인을 등록했으며, 이 법인은 2025년 7월 8일 현재까지도 폴란드 사업자 등록부에 등재된 상태다. 글로벌 레저는 이 폴란드 법인의 지갑 인프라가 다른 후이원 자회사들과 상호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더 넓은 후이원 그룹의 운영 구조 하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 ‘유령 법인’을 설립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또한, 후이원은 기존 웹사이트가 차단되자 ‘Super-exchange.co’와 같은 새로운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이전했으며, 폐쇄를 발표했던 ‘후이원 개런티’의 사용자들을 ‘투도우(Tudou)’라는 대체 마켓플레이스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이원은 이 신규 마켓플레이스의 지분 30%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과거 ‘히드라 마켓’이나 ‘가란텍스’와 같은 대규모 불법 서비스들이 제재 이후에도 이름을 바꾸거나 은밀하게 활동을 재개했던 패턴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이는 규제 당국의 단발성 제재만으로는 뿌리 깊은 암호화폐 범죄 네트워크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후이원의 사례는 이들이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위협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이동하는 유기적인 범죄 생태계임을 증명한다. 국제 사회와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연계하여 지속적이고 다층적인 감시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제2의 후이원’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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