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암호화폐 투자 및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벨기에 최대 금융기관 중 하나인 KBC 은행이 올해 말 소매 고객에게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투자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C 은행은 자사의 온라인 투자 플랫폼 ‘볼레로(Bolero)’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올가을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CASP)’ 인정을 추진 중이다.
KBC 은행의 이러한 움직임은 벨기에 주요 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소매 고객 대상 암호화폐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벨기에 고객들은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OKX와 같은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나 레볼루트(Revolut), N26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투자 앱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KBC 은행은 이러한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신뢰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 환경 안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 보안 및 규제 준수를 강조할 방침이다. KBC 은행의 결정은 유럽 은행권 전반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가속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몇 달간 독일의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와 스파카센-피난츠그루페(Sparkassen-Finanzgruppe) 또한 암호화폐 관련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스페인 제2위 은행인 BBVA는 이미 고액 자산 고객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대 7%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할당하도록 조언해왔다. 이는 글로벌 규제 환경이 암호화폐에 우호적으로 변화하면서, 많은 은행들이 2025년 하반기에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과도 일치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이 2024년 12월 30일부로 전면 시행되면서, 유럽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핵심 전장이자 암호화폐 산업 성장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MiCA는 EU 전역의 암호화폐 규제를 표준화하고 ‘여권(passporting)’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라이선스를 획득한 기업이 추가 승인 없이 모든 유럽경제지역(EEA) 국가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바이비트(Bybit)와 OKX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MiCA 규제를 준수하는 유럽 플랫폼을 잇달아 출시하고, 팍소스(Paxos)의 USDG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MiCA 준수 디지털 자산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KBC 은행의 이번 행보는 유럽 금융 기관들이 암호화폐를 단순히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보는 것을 넘어, 고객들의 변화하는 수요에 부응하고 디지털 자산이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더욱 가속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고객 교육과 보안, 규제 준수에 초점을 맞추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