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선, 도널드 트럼프와의 ‘밀착 행보’에 SEC 소송 유예까지… 암호화폐와 정치권의 위험한 교차로

저스틴 선을 상징하는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를 상징하는 거대한 인물과 악수하는 레트로 삽화. 배경에는 로켓 발사와 법정 망치가 흐릿하게 보인다.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우주 비행에 합류한다는 소식과 함께, 그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암호화폐 산업과 정치권의 복잡한 역학 관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선이 트럼프와 관련된 벤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그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이 유예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암호화폐 인물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규제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저스틴 선은 2021년 블루 오리진의 첫 우주 비행 좌석에 2,800만 달러를 기부하며 암호화폐 업계의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최근 블루 오리진은 그의 34번째 뉴 셰퍼드(New Shepard) 임무 탑승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더욱 주목받는 것은 그의 ‘비정통적인’ 행보, 특히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이다. 선은 트럼프 가문이 설립한 암호화폐 사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을 통해 7,500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구매했으며, 2024년 미국 대선 전에는 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아들 에릭 트럼프(Eric Trump)는 지난 6월 선을 “위대한 친구”라고 칭했으며, 선은 트럼프의 밈코인 ‘공식 트럼프(Official Trump, TRUMP)’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7월에는 1억 달러를 추가 매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관련 암호화폐 벤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포브스는 현재 그의 순자산을 85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와의 밀착 행보와 맞물려, 저스틴 선이 2023년 SEC로부터 “조작적 거래 및 암호화폐 자산 증권 불법 홍보” 혐의로 제소당했던 소송이 지난 2월 유예(stay)되었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송 유예는 트럼프가 임명한 마크 우예다(Mark Uyeda) SEC 임시 위원장 재임 기간에 법원으로부터 승인되었다. 이는 고위 정치인과의 관계가 규제 집행의 방향이나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 정치적 로비와 영향력 행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산업이 주류 정치권에 더 깊이 발을 들여놓으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미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트럼프가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표방하면서, 저스틴 선과 같은 거물급 암호화폐 인물들이 어떤 형태로든 규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스틴 선의 사례는 암호화폐 산업이 더 이상 기술적 혁신이나 금융적 가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도로 복잡한 정치적, 규제적, 윤리적 영역과 얽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로에서 암호화폐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명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공정한 법 집행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암호화폐 산업은 ‘정치적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또 다른 ‘올드 파이낸스’의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