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거대 은행들이 ‘오픈 뱅킹’ 규제 시행을 방해하고 핀테크 및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에 데이터 접근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와 암호화폐 혁신 위원회(Crypto Council for Innovation, CCI)를 포함한 여러 산업 단체 연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소비자 데이터 주권 보호와 금융 혁신 수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오픈 뱅킹은 소비자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제3자 앱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프레임워크이다. 2022년 트럼프 정부 시절 제안되어 2024년 10월 22일 최종 확정된 이 규정은 소비자가 플랫폼 간 금융 데이터를 공유할 권리를 부여하여,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앱, 암호화폐 온램프(On-ramp)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된다. 관련 산업계는 이 규정이 “안전 및 보안의 기준을 높이고, 은행, 핀테크, 디지털 자산 기업 등 전체 생태계에 이점을 제공하며, 미국 금융 시스템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정 최종 확정 당일,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웰스 파고(Wells Fargo),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주요 은행들을 대표하는 무역 그룹인 은행 정책 연구소(Bank Policy Institute)는 보안 위험을 제기하고 현존 기업에 불공정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규정 시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JP모건은 7월 11일 핀테크 기업에 고객 은행 계좌 데이터 접근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여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공개된 요금표에 따르면, 수수료는 정보 활용 방식에 따라 상이하며, 결제 회사에 더 높은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및 핀테크 산업 연합은 “금융 데이터는 은행이 아닌 미국 국민의 것”이라며 “금융 도구를 선택하고 자신의 데이터를 제어할 자유는 자유 시장과 개인의 자유라는 미국의 핵심 가치에 근본적인 요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7월 29일까지 법원에 법적 의견서를 제출하여, 금융 데이터의 소유권이 은행이 아닌 소비자에게 있으며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원하는 앱과 무료로 공유할 권리가 있음을 재확인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은행 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지갑, 결제 앱 등과 얼마나 쉽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은행들이 오픈 뱅킹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와중에도 디지털 자산 부문으로의 진출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4년 5월, 마스터카드(Mastercard)와 웰스 파고를 포함한 10개 중앙은행이 토큰화된 은행 예금 및 미국 국채를 공유 원장 상에서 즉시 결제하는 방안을 테스트하는 토큰화 파일럿에 참여했다. 또한 7월 15일, JP모건은 기관 간 결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JPMD’에 대한 미국 상표 출원을 진행하며, 디지털 자산 거래, 교환, 이체, 결제 처리 등 광범위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밝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 중 가장 적극적인 암호화폐 지지자 중 한 명으로 나서며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7월 18일 GENIUS 법안 서명 당시 “미국을 암호화폐 세계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대 은행의 로비에 맞서 암호화폐 및 핀테크 산업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오픈 뱅킹 소송은 단순한 데이터 접근권을 넘어, 미래 금융 시스템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간의 치열한 대결의 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