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현 X) 공동창업자이자 탈중앙화 기술의 신봉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인터넷 인프라 없이 오직 블루투스만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탈중앙화 메시징 서비스 ‘비트챗(Bitchat)’의 베타 버전을 공개하며 기술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앙 서버나 통신사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가적 네트워크 차단이나 검열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 ‘궁극의 저항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잭 도시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주말 동안 블루투스 메시 네트워크, 릴레이, 저장-전달 모델, 메시지 암호화 모델 등을 배웠다”며 ‘비트챗’의 등장을 알렸다. 그가 공개한 백서에 따르면, 비트챗은 ‘블루투스 저전력(BLE) 메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다. 핵심은 각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하나의 독립적인 노드(node)가 되어 거대한 그물망(mesh network)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블루투스 통신 범위(약 30미터) 내에 있는 다른 비트챗 사용자들의 기기를 징검다리처럼 거쳐(multi-hop relaying) 최종 목적지까지 전달된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인터넷이 완전히 두절되거나 정부에 의해 차단되더라도, 그 지역 내 사람들끼리는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트챗은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입을 위한 계정,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도 필요 없다. 모든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기기 메모리에만 잠시 존재했다 사라지는 ‘휘발성 메시징(ephemeral messaging)’ 방식을 채택하며,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를 통해 제3자가 메시지 내용을 엿보는 것을 불가능하게 설계했다. 이는 개인정보와 메시지 데이터를 수익 모델로 삼는 메타(Meta)의 왓츠앱이나 메신저와 같은 중앙화된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백서는 비트챗의 구체적인 활용 시나리오로 ▲대규모 컨퍼런스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맞서는 시위 현장 ▲통신 인프라가 파괴된 재난 지역 등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불안정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모든 상황을 제시한다. 잭 도시는 트위터 CEO 시절부터 탈중앙화 소셜 미디어 ‘블루스카이(Bluesky)’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등 꾸준히 탈중앙화 기술에 대한 신념을 보여왔다. 비트챗은 그의 이러한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로, 단순히 편리한 소통 도구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기술적 선언으로 평가된다.
아직 베타 버전인 비트챗은 향후 와이파이(WiFi)를 통한 메시지 전송 기능도 추가해 대용량 파일 전송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대중화될 경우, 중앙화된 통신 권력에 균열을 내고 개인 간의 직접적이고 자유로운 소통 방식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