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관재인, 규제 불분명 49개국 채권자 지급 동결… 복잡한 국경 간 법적 문제 노출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관재인이 암호화폐 규제가 모호하거나 제한적인 49개국 채권자들에 대한 자산 분배를 일시적으로 동결하겠다는 동의안을 델라웨어 주 미국 파산 법원에 제출했다.

이 결정은 복잡한 국경 간 법적 문제와 규제 리스크가 글로벌 암호화폐 파산 절차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FTX 파산 관재인은 수요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잠재적으로 제한된 해외 관할권(potentially restricted foreign jurisdictions)”에 있는 채권자들에게 FTX 복구 신탁(FTX Recovery Trust)의 자산 분배를 보류할 권한을 요청했다. 관재인 측은 이러한 지역으로의 자산 분배가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할 경우, 이사 및 임원에 대한 개인적 책임, 벌금 및 형사 처벌을 포함한 상당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총 49개 국가가 이 목록에 포함되었으며,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 이집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등이 언급되었다. 이들 국가의 규제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개인이나 법인이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어떠한 활동, 즉 암호화폐 거래나 관련 수익 분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례로 마카오에서는 금융기관 및 비은행 결제 기관이 이러한 토큰 및 가상 화폐에 대한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본토 당국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고 FTX 측은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전체 잠재적 제한 국가 중 영향을 받는 청구액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보였다. 중국 본토는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반복적으로 금지했지만 개인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아 여전히 가장 논란이 많은 관할권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반면 인접한 홍콩은 암호화폐 파생상품 및 ETF와 같은 투자 상품을 승인하며 친(親)암호화폐 입장을 취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FTX 파산 관재인은 이들 국가에 대한 지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제한 관할권 절차(restricted jurisdiction procedures)”를 개발하여 통지 및 해결 프로세스를 제공함으로써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법원의 승인을 통해 지급 절차의 투명성과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FTX의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일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브로건 법률(Brogan Law)의 설립자 아론 브로건(Aaron Brogan) 변호사는 “파산 시 토큰 분배와 관련하여 여전히 상당한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FTX 관재인이 그러한 분배가 불법일 수 있는 국가에서는 지급하지 않으려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언급하며 관재인의 입장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FTX 파산 절차는 단순한 채권자 보호를 넘어, 국가별로 상이한 암호화폐 규제 환경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분배에 얼마나 큰 난관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특히 중국과 같이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복잡한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은 향후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들의 전략 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규제 조화와 법적 명확성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