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중앙은행, 코인베이스 주식 1800만 달러 매입…’전통 금융의 파격’

고풍스러운 유럽 중앙은행 건물 정면에 밝게 빛나는 암호화폐 거래소 로고가 투영된 모습을 담은 레트로 스타일 삽화.

유럽의 중앙은행이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식을 대거 매입한 사실이 확인돼, 전통 금융권의 보수적인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국립은행(Czech National Bank)이 올해 2분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를 통해, 1800만 달러(약 250억 원)가 넘는 규모의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base Global) 주식을 신규 편입한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13F 보고서는 운용 자산 1억 달러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이 분기별로 SEC에 제출해야 하는 주식 보유 현황 공시 자료다. 이번 공시에서 체코 중앙은행은 코인베이스 주식 51,732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의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이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에 직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행보다.

이번 투자는 코인베이스의 최근 실적과는 상반된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소스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올해 1분기 시장 전반의 거래 활동 둔화로 인해 총수익이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한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보유 암호화폐에 대한 5억 9600만 달러의 평가손실(paper loss)이 발생하며 순이익은 6600만 달러로 95%나 급감했다. 이러한 단기적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체코 중앙은행이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코인베이스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암호화폐를 일시적인 투기 자산이 아닌, 미래 금융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전통 금융 최고 기관의 시각 변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코인베이스는 단기 실적 부진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암호화폐 기업 최초로 S&P 500 지수에 편입되며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 기업으로 공인받았다. 또한, 29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옵션 거래 플랫폼 ‘데리빗(Deribit)’과 초기 토큰화 프로젝트 전문 플랫폼 ‘리퀴파이(Liquifi)’를 연달아 인수하며 현물 및 파생상품 시장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중앙은행의 이번 투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제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암호화폐 관련 자산을 편입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다른 연기금, 국부펀드 등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관련주 투자가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금융기관 중 하나인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암호화폐는 더 이상 변방의 자산이 아니며,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체코 중앙은행의 파격적인 선택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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