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지난 2024년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 센터 운영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주요 채굴 기업들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캐나다의 주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비트팜스(Bitfarms)는 최근 주식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자사 주식의 저평가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공개된 2025년 1분기 재무 보고서에서 3,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반감기 이후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2024년 1분기 600만 달러의 순손실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이며, 매출 총이익률 역시 전년 동기 63%에서 43%로 하락하며 비트코인 반감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 속에서 비트팜스는 비트코인 채굴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AI 및 HPC 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벤 개그넌 비트팜스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1분기 동안 미국과 HPC로의 전략적 전환에서 여러 핵심 영역을 실행했다”고 밝히며, 특히 펜실베이니아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HPC 및 AI 데이터 센터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강조했다. 비트팜스는 이를 위해 매쿼리(Macquarie)로부터 3억 달러의 신용 한도를 확보했으며, 파라과이 채굴 사업장을 하이브 디지털(Hive Digital)에 8,500만 달러에 매각하며 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비트팜스의 사례는 비단 개별 기업의 움직임에 그치지 않는다. 코인 메트릭스(Coin Metrics)의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수익을 늘리고 기존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AI 데이터 센터 호스팅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하드웨어, 전력 공급 및 냉각 시스템은 HPC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채굴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AI 및 HPC 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채굴 기업들은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해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급감하자, 기존 설비의 유휴 전력을 활용하여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해 미국 내 사업 확장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전략과도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비트팜스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회사의 미래 가치가 비트코인 채굴보다는 AI 및 HPC 분야의 성장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과 반감기의 영향을 상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려는 채굴 기업들의 AI 및 HPC 분야로의 대규모 전환은 앞으로도 지속될 산업 전반의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