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록적인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열기는 이례적으로 잠잠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 비트와이즈(Bitwise)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구글에서의 ‘비트코인’ 검색량은 과거 불장(bull market)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이번 상승장이 과거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했던 광풍과는 질적으로 다른, ‘기관 주도형 랠리’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달라진 랠리의 동력, 개인은 어디에?
비트와이즈의 리서치 총괄 안드레 드라고슈(André Dragosch)는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신고가를 기록 중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제시된 구글 트렌드 데이터는 충격적이다. 현재 ‘비트코인’ 검색량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향해 달리던 2024년 11월 당시와 비교해 무려 60%나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는데,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냉각되어 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트코인 해설가 린지 스탬프(Lindsay Stamp)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많은 개인들이 비트코인 1개 가격이 11만 7천 달러라는 것을 듣고는, ‘아, 나는 이미 배를 놓쳤구나’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매트릭스’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세드릭 영겔만(Cedric Youngelman)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과연 얼마가 되어야 깨어날까? 내 생각에 그들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인식, 즉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보다는 진입 장벽에 대한 부담감이 개인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을 집어삼키는 기관의 탐욕
개인 투자자들의 빈자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채우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거래되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은 폭발적인 수준이다. 파사이드(Farside)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에만 현물 비트코인 ETF에 27억 2천만 달러가 순유입되었으며,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사상 최초로 이틀 연속 일일 순유입액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규제된 금융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시장에 대규모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온체인 분석가 윌리 우(Willy Woo)는 “이번 상승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언급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그 동력의 주체는 명백히 기관이다. 얀3(Jan3)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ETF의 하루 수요량은 채굴 공급량의 22배에 달하는 등 공급을 압도하는 기관의 매수세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개인의 광기 어린 투기 열풍이 아닌,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기관들의 체계적인 자산 편입 과정이 전개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소외 현상을 심화시키고, 시장의 주도권이 소수의 거대 기관에 집중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랠리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편입되는 중요한 변곡점임과 동시에, 시장 참여자 구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