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암호화폐 억만장자, 납치 위기서 ‘손가락 물어뜯어’ 탈출…신체적 위협 현실화

지난해 에스토니아에서 발생한 호주 암호화폐 억만장자 팀 히스(Tim Heath) 납치 미수 사건의 전말이 법정에서 공개되어 암호화폐 거물들을 겨냥한 신체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법정 진술에 따르면, 히스는 자신을 화가로 위장한 괴한에게 손가락을 물어뜯어 가까스로 탈출했으며, 이 사건은 2025년 들어 급증하고 있는 암호화폐 관련 납치 사건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며 경영진들의 보안 강화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장기간 암호화폐 투자자로 알려진 팀 히스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건물 계단에서 두 명의 남성에게 공격을 받았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는 에스토니아 현지 언론을 인용하여, 전직 권투선수이자 레슬링 선수인 아제르바이잔 국적의 알라베르디 알라베르디예프(Allahverdi Allahverdiyev)가 히스의 입을 막으려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납치범들은 히스를 밴으로 강제로 태우려 했으나, 히스가 알라베르디예프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끊어버리면서 간신히 몸을 빼내 자신의 아파트로 피신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30초간의 격투 과정에서 히스는 치아 하나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자들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도주했으며, 근처에 버려진 밴에서는 공격자의 손가락 일부가 발견되었다. 호주 빅토리아 출신인 팀 히스는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요로 그룹(Yolo Group)과 핀테크, 암호화폐, i게이밍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 부문 요로 인베스트먼트(Yolo Investments)를 설립한 인물이다.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ustralian Financial Review)의 부자 목록에 따르면 히스의 순자산은 약 24억6천만 호주 달러(약 16억1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 시도는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일곱 명으로 구성된 납치범 그룹은 히스를 직접 미행하고 그의 차량에 GPS 추적기를 설치하는 등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위조된 조지아 여권을 사용하여 에스토니아에 입국했으며, 공격 며칠 전부터는 작업자로 위장하기 위해 화가 복장과 철물점 용품 등을 구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은 이들의 계획이 히스를 인근 임대 사우나 하우스로 납치하여 암호화폐 자산을 강제로 전송하도록 협박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해커까지 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알라베르디예프 외에 조지아 시민 일가르 마메도프(Ilgar Mamedov)도 체포되어 에스토니아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주모자로 지목된 나자프 나자플리(Najaf Najafli) 등 두 명은 수배 중이고 세 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알라베르디예프는 법정에서 납치를 대가로 10만 유로(약 11만8천 달러)를 약속받았으나, “단지 연기만 했을 뿐”이며 나중에 모든 관련자에게 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메도프는 도주 운전사로 지목되었으나 혐의를 부인하며 우연히 에스토니아에 왔고 모든 주장은 “거짓말”이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납치 미수 사건 몇 주 후, 히스가 자신의 아파트 사진과 당시 약 330만 달러 상당의 30 비트코인(BTC)을 요구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이다. 히스가 응답하지 않아 추가 연락은 없었지만, 검찰은 위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히스는 공격 이후 사설 경호에 31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법률팀은 피고인들로부터 새로운 보안 비용을 상환받으려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개인들이 단순한 사이버 위협을 넘어 신체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