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의 핵심 무역 관문인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는 파나마시의 마이어 미즈라치(Mayer Mizrachi) 시장이 파나마 운하를 통항하는 선박들이 비트코인으로 통행료를 지불할 경우 통과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 운영에 암호화폐를 접목하려는 파격적인 구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즈라치 시장은 지난
5월 2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콘퍼런스 패널 토론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정책 리더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에게는 운하가 있다.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면 특혜를 받아 선박이 더 빨리 통과하게 된다면 어떨까”라고 언급했다.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선박들이 남아메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대신 수 주일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 수로이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5%가 이 운하를 통과하며, 파나마는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파나마 운하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직전 회계연도에 약 10,000척의 선박이 운하를 통과했으며, 파나마는 운하 운영으로 약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미즈라치 시장의 제안은 이러한 국가의 핵심 수입원을 암호화폐 도입의 촉진제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파나마시는 최근 암호화폐를 세금, 벌금 등 공공 요금 납부에 허용하는 조치를 승인하며 암호화폐 채택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즈라치 시장은 이러한 움직임을 이끌고 있으며,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 사례를 참고하여 파나마에서도 다양한 비트코인 관련 아이디어를 탐색 중이다. 그는 파나마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나마시에 자체적인 비트코인 비축 자산을 설립하는 방안도 언급하며, 이러한 조치는 입법부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즈라치 시장은 암호화폐 관련 법안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손대지 않는(hands-off)’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규제가 시장의 자율적인 발전과 기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파나마에서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채택을 두려워하며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즈라치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바나나 회사 치키타 브랜즈(Chiquita Brands)의 대량 해고 사태로 보카스 델 토로(Bocas del Toro)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파나마 내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
회사는 파업과 도로 봉쇄로 인해 7,5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핵심 인프라에 암호화폐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미즈라치 시장의 구상은 전례 없는 시도이며, 실현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파나마 운하의 국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금융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그리고 파나마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