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지르X, 싱가포르서 좌절 후 파나마 이전…새 사명 ‘젠수이’로 재기 모색

인도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X(WazirX)가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구조조정안 승인을 거부당한 후 운영 본거지를 파나마로 이전하는 중이다.

이는 규제 당국의 압박과 법적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은 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와지르X는 이용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redacted된 법적 문서를 공유하며 이러한 이전 계획을 밝혔다. 문서에 따르면 와지르X의 모회사인 제타이(Zettai)는 파나마로 이전하여 사명을 젠수이(Zensui Corporation)로 변경할 예정이다. “제타이는 파나마 공화국에 자회사인 젠수이 코퍼레이션을 설립하는 절차를 밟았으며, 플랫폼의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운영을 젠수이로 이전할 준비를 해왔다”고 문서에는 명시되어 있다.

이번 이전은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현지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6월 30일까지 해외 시장에 대한 디지털 토큰(DT)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라고 통보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와지르X는 6월 4일 X(이전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싱가포르 법원이 구조조정안 승인을 거부했음을 확인했다. 와지르X는 젠수이를 3월 10일 파나마에 설립했으며, 제타이의 운영권을 이전하는 계약은 이미 마무리되어 실행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계약이 실행되면 플랫폼의 암호화폐 서비스는 2~3영업일 내에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수이는 또한 과거 해킹 피해 보상 계획과 연계된 와지르X 회복 토큰 발행 책임도 맡게 된다. 주목할 점은 와지르X가 파나마로 이전한 이후에도 싱가포르에서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신청하거나, 여전히 많은 인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인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부분이다. 와지르X의 회복 토큰은 해킹 피해자에게 회수되지 않은 손실분에 대한 온체인 차용증 성격으로, 90% 이상의 채권자가 작년 4월의 구조조정 계획에 찬성했으며, 토큰 가치의 75~80%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와지르X의 파나마 이전 결정은 급변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경로를 보여준다. 특히 특정 국가의 엄격한 규제를 피하거나, 보다 유리한 사업 환경을 찾아 나서는 기업들의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본거지를 이전하면서도 주요 고객 기반 국가의 규제 준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사업을 계속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