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공동 창립자인 창펑 자오(Changpeng “CZ” Zhao)가 최근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장 조작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다크 풀(dark pool)’ 형태의 영구 스왑(perpetual swap) DEX 도입을 제안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탈중앙화의 이상과 시장 효율성 및 공정성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 사이의 긴장 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CZ는 6월 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모든 사람이 DEX에서 실시간으로 주문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당혹스러웠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청산(liquidation)이 발생하는 선물(perp) DEX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발생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플랫폼에서 약 1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롱 포지션이 청산된 사건 이후 나왔다. 이 사건은 ‘제임스 윈(James Wynn)’이라는 트레이더의 포지션 청산을 노린 일부 사용자들이 공모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며, DEX 환경에서의 잠재적인 시장 조작 및 ‘청산 사냥(liquidation hunt)’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CZ는 이러한 사건들을 염두에 둔 듯, “10억 달러 상당의 코인을 매수하려 한다면,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주문을 알아차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문 가시성은 프론트 러닝(front-running)과 최대 추출 가능 가치(MEV, Maximum Extractable Value) 봇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MEV는 블록 생성자가 트랜잭션 순서를 조정하거나 포함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을 의미하며, 프론트 러닝은 다른 사용자의 대규모 주문을 먼저 파악하고 해당 주문이 체결되기 전에 미리 거래하여 이득을 취하는 행위이다. CZ는 이러한 행위가 슬리피지(slippage) 증가, 불리한 가격 체결, 거래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의 DEX 구조가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하려는 세력에게 유리하며, 중앙화 거래소(CEX)의 경우 주문장 정보를 숨기거나 제한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CZ가 제시한 것이 ‘다크 풀’ 개념을 DEX에 적용하는 것이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 다크 풀은 기관 투자자들이 대규모 거래를 할 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거래하는 비공개 거래 시스템을 의미한다. CZ는 이러한 비공개 주문장 방식을 DEX에 도입하여, 사용자들이 대규모 거래를 실행할 때 해당 주문 정보가 실시간으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시장 조작 및 MEV 공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다크 풀은 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CZ의 제안은 탈중앙화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 모색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최근 DEX에서의 대규모 청산 및 관련 의혹은 시장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CZ의 이번 제안이 향후 DEX 개발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