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의 USDT 동결 권한 논란: 탈중앙 금융의 중심화된 감시자 역할 부상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가 최근 트론(Tron) 네트워크에서 1,230만 달러 규모의 USDT를 동결시키면서,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중앙집중적’ 권한과 그 역할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테더는 자금세탁, 핵 확산, 테러 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엄격한 지갑 동결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 목록과도 일치한다. 이번 동결 조치는 지난 3월 테더가 가란텍스(Garantex) 거래소에서 2,700만 달러 상당의 USDT를 동결한 데 이어 발생한 것으로, 당시 가란텍스는 테더가 “러시아 암호화폐 시장과의 전쟁에 참전했다”고 비난하며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2022년 4월 OFAC는 가란텍스에 대해 자금세탁방지(AML) 및 기타 규제 요건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테더의 동결 능력이 실제 금융 범죄 차단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실질적인 규제 집행 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탈중앙화 옹호자들은 테더의 자산 동결 능력이 블록체인의 핵심 원칙인 검열 저항성과 탈중앙화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중앙화된 통제 기능이 대규모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고, 국제적인 제재 준수를 가능하게 하여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과 신뢰도 향상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실제로 테더, 트론 네트워크, TRM 랩스가 주도하는 T3 금융 범죄 단속반(FCU)은 출범 6개월 만에 1억 2,600만 달러 상당의 USDT 불법 거래를 동결하며 전 세계 사법기관의 불법 거래 동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라자루스(Lazarus) 그룹과 같은 국가 지원 해킹 그룹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억 달러 이상의 도난 암호화폐를 세탁했으며, 2023년까지 6년간 30억 달러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더는 2023년 11월에 37만 4천 달러 이상의 라자루스 관련 도난 자금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다른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라자루스 연관 주소에 있는 340만 달러를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감시 기능은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한 중요한 방어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류 금융 시스템과 더욱 밀접하게 통합될수록, 규제 준수 및 불법 활동 방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어느 정도의 중앙집중적 통제력을 행사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통제가 탈중앙화 정신과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테더와 같은 발행사들의 역할은 단순히 가격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금융 범죄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