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Ripple)을 상대로 제기한 4년 6개월간의 장기 소송이 마침내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리플과 SEC는 지난 목요일 법원에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 규모의 에스크로 자금 해제를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제출했다.
이는 소송의 실질적인 마무리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환경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양측이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 따르면, 총 1억 2,5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는 리플에 부과된 민사 벌금 명목으로 SEC에 이전되고, 나머지 7,500만 달러는 법원 승인 후 리플에 반환될 예정이다. 이는 당초 2024년 8월 애널리사 토레스(Analisa Torres) 판사가 명령했던 1억 2,500만 달러 벌금에서 7,500만 달러를 리플이 돌려받게 됨을 의미한다. 양측 변호인단은 이번 합의가 “제2 순회항소법원의 자원 낭비를 막고, 추가적인 소송 절차 없이 4년 반에 걸친 격렬한 소송을 종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의 XRP(XRP) 토큰을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하며 시작되었다. 2023년 7월 토레스 판사는 XRP의 2차 판매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하며 리플과 암호화폐 업계에 부분적이지만 중요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 대상의 XRP 판매는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복합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SEC는 2024년 10월 항소를 제기했으나,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지난 3월 SEC가 항소를 철회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의 소송 종결을 선언했다. 리플 또한 SEC에 대한 맞항소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리플에게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미국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걸쳐 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상징적인 승리로 해석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며,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참고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XRP의 2차 판매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은 토큰의 유통 방식에 대한 중요한 분별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이번 합의가 모든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선례를 확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여전히 토큰의 성격과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 분류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암호화폐 기업과 미국 규제 당국 간의 장기 소송이 재판 외 합의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은, 암호화폐 업계가 법적 안정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의 사업 확장과 새로운 프로젝트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더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SEC가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