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재단,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법률 지원…’코드는 죄가 아니다’ 천명

이더리움 재단이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의 공동 설립자이자 개발자인 로만 스톰(Roman Storm)의 법률 방어를 위해 50만 달러(약 6억 9천만 원)를 기부하고,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추가 기부금에 최대 75만 달러를 매칭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톰이 무허가 송금업 운영 및 돈세탁 공모 혐의로 뉴욕에서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중요한 지지로, ‘개인 정보 보호는 정상이며,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스톰은 돈세탁, 무허가 송금업 운영 공모, 미국 제재 위반 공모 등의 혐의로 7월 14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의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판사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토네이도 캐시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제재한 것이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결한 이후 해당 사건의 기각을 요청한 바 있다. 이더리움 재단의 이번 지원은 토네이도 캐시와 관련된 세 명의 개발자 중 알렉세이 페르체프(Alexey Pertsev)가 2024년 5월 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나왔다. 이더리움 재단은 페르체프의 법률 방어 기금에도 125만 달러를 지원하며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이더리움 재단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탈중앙 금융(DeFi) 개발자들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톰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법무부가 디파이를 말살하려 한다. 내가 이를 통제하고, KYC를 추가하고, 아예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내가 지면 디파이도 나와 함께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걸쳐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발자들이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행위 자체로 불법 활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업계의 혁신 방향을 결정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인센터(Coin Center), 디파이 교육 기금(DeFi Education Fund),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 등 주요 디지털 자산 옹호 단체들도 스톰의 사례에 대한 지지 의견서를 제출하며, 유죄 판결 시 발생할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패러다임 설립자 맷 황(Matt Huang) 또한 토네이도 캐시 공동 설립자들의 법률 기금에 기여한 바 있다.

미국 당국이 디지털 자산 규제 및 관련 범죄 기소 방식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로만 스톰의 재판은 향후 디파이 생태계의 발전과 개발자의 역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의 결과는 단순히 한 개발자의 운명을 넘어, 탈중앙화된 기술이 법적 틀 안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