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연루된 암호화폐 기업 월드리버티금융(World Liberty Financial, WLFI)이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거버넌스 토큰 매각으로 다시금 미국 의회의 감시망에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 기반의 웹3(Web3) 펀드인 아쿠아1 파운데이션(Aqua1 Foundation)이 WLFI 거버넌스 토큰(WLFI) 1억 달러어치를 매입하면서, 아쿠아1은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보다 많은 WLFI 토큰을 보유한 주요 토큰 보유자가 되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 구축, 실물자산(RWA) 토큰화, 스테이블 코인 통합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으로, 전 세계 자본 효율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월드리버티금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지난 6월 WLFI 관련 수입 5,740만 달러와 개인적으로 157억 5천만 개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미 의회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문제는 트럼프 가문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지난 5월, 에릭 트럼프(Eric Trump)는 아부다비 기반 투자 회사 MGX가 월드리버티금융의 USD1 스테이블코인 사용하여 바이낸스(Binance)에 대한 20억 달러 투자를 정산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 발표는 의회가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규제하는 법안을 심의하는 가운데 나왔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사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이해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수요일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제프 머클리(Jeff Merkley) 오리건주 상원의원이 팸 본디(Pam Bondi) 미 법무장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월드리버티금융 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으나, 본디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머클리 상원의원은 “미국 법무부의 수장은 외국 영향력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암호화폐를 통한 외국 영향력 매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의 경제 정책 결정에 외부 요인이 개입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여러 미국 의원들은 암호화폐 산업과의 잠재적 이해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안된 내용에는 ‘미국 스테이블코인 위한 국가 혁신 지침 및 수립법(GENIUS Act)’ 개정안과, 대통령 및 미래 지도자들이 재임 중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별도 입법 등이 포함된다.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중요한 법안으로, 이 법안의 내용이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가문의 월드리버티금융 연루 사례가 암호화폐 산업이 주류 금융 및 정치 영역에 깊숙이 통합될수록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규제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향후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들의 디지털 자산 보유 및 관련 사업 참여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넘어,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권력 구조와 만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윤리적, 법적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